"고점에서 파는 비법? 그런건 없다, 목표수익률 도달땐 팔아라"

출렁이면서 계속 내려가는 증시, 널 뛰는 환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금리 인상 불확실성, 중국 경제 불안 등이 겹쳐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멀미나는 시장에서 균형을 잡고 차근차근 수익을 챙기기 위해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비교적 안전하게 투자하면서 적당히 돈을 벌 수 있는 '방어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교보생명의 자산 운용을 책임지는 김도수 투자사업본부장(상무)은 "변동성이 큰 시기엔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적당한 이익을 냈을 때 과욕을 부리지 않고 수익을 실현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2~3배씩 돈을 불리는 '대박'을 기대하기보다는 투자하는 돈의 성격과 투자 기간에 따라 꼼꼼하게 포트폴리오를 짜고 차분히 이익을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용 자산 63조원을 굴리는 김 본부장은 보험사에 고객이 맡긴 돈을 안전하고 침착하게 투자하는 '방어 투자의 달인'으로 불린다.

―예금금리는 연 1%대로 바닥이고 주식·채권·외환 등 어디 하나 불안하지 않은 투자처가 없는 것 같다. 이런 시기에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나.

"복잡하고 불안한 시장일수록 포트폴리오가 중요하다. 이런저런 소문이나 이야기를 듣고 무작정 투자를 하기보다는 나이, 자금의 성격, 투자 목적 등을 잘 분석해 기대 수익률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자산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머릿속에 막연하게 그리는 수준이 아니라 문서로 적어둘 정도로 구체적으로 전략을 짤 것을 권한다. 자산 운용 전문가들도 포트폴리오를 열심히 짜서 간신히 수익을 내는데 개인이 구체적 전략이나 목표 없이 주먹구구로 투자해 돈을 벌겠다고 생각하면 무리 아닌가. 여러 요건을 감안해 우리는 연 4% 초·중반의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목표 수익률을 욕심 없이 세워둔다면 막연한 변동성의 공포에 휘둘릴 가능성이 작아질 것이다."

―올해 들어 중국 증시가 크게 올랐다 떨어졌는데 고점(高點)에서 욕심부리며 팔지 못해 속이 쓰린 중국 투자자들이 많다. 고점을 알아보고 파는 비결은 없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 투자자들이 팔지 못하기 때문에 고점인 것이다. 투자 자산이 목표 수익률을 달성했다면 전체 포트폴리오 중 이익을 많이 낸 자산을 위주로 팔아서 이익을 실현하고 그렇게 손에 쥔 돈은 다음 전략을 짤 때까지 예금 같은 안전 자산에 넣어둘 것을 권한다."

―여전히 가장 큰 공포는 중국 시장이다. 어떻게 전망하나.

"올해 들어 지나치게 많이 올랐고, 그래서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조정을 거친 뒤 다시 회복 흐름으로 돌아가리라고 전망한다.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은 국가의 성장력과 연동해 움직인다고 보는데, 중국의 성장력은 가속도가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유지는 되고 있다. 연 7% 정도 경제성장률을 보여준다면 여전히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성장력이 높다. 다만 상하이(上海)종합지수가 6000을 넘었던 과거와 같은 증시의 급등을 기대하기보다는 3000~4000대에서 서서히 증시가 회복하는 시기를 거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더블'(수익률 2배)을 기대하는 시대는 지났지만, 안정적 수익은 노려볼 만하다는 뜻이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변수다. 특히 기준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이 폭락하리라고 두려워하는 이들이 많은데.

"채권 투자는 '오르면 팔고 내리면 사겠다'는 투자자가 많은 주식과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채권의 기본적인 특징은 '만기까지 가지고 있으면 정해진 금리를 준다'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가 짧은 기간에 채권을 주식처럼 사고팔 생각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채권형 펀드에 들어가 있는 채권들은 만기가 2~3년 정도 남은 것들이 많다. 채권형 펀드를 샀다면 적어도 3년 정도는 보유해야 안정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 후 단기적인 채권 수익률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일 전망이다. 금리 인상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미국 채권은 단기적으로는 금리가 상승(가격 하락)할 가능성이 크지만, 한국 채권은 금리가 크게 오르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한국 경제 상태를 '회복 기조' 등으로 표현하는 등 한국의 성장력이 미약해 한국이 미국과 동조해서 기준 금리를 즉각적으로 올리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채권 투자자에게는 미국보다는 한국 채권이 유리하다는 뜻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이제 환율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외 자산에 투자할 때 환(換) 헤지는 무조건 해야 하나.

"나는 해외 주식에 투자할 경우엔 환 헤지를 하지 말라고 권하는 편이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그 국가의 성장 동력이 있다고 믿는 것이고 그렇다면 통화도 강해지리라고 보고 환 헤지를 하지 않는 방향이 맞는다고 본다. 단 현재 상황에서 유로와 일본 엔화는 예외다.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여 시장에 돈을 푸는 것)로 돈을 풀겠다는 유럽과 일본의 증시는 미국의 양적 완화 시기와 같이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유망하다. 그러나 증시 상승의 이유가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풀어서'일 경우라면 통화 가치 하락이 동반될 수밖에 없다. 양적 완화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 유로와 엔화로 투자한다면 환 헤지를 권한다."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지 말라고 권하고 싶은 자산도 있나.

"기름, 금, 구리 같은 원자재 투자는 위험하리라고 본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개인이 원자재처럼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자산을 굳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어서 변동성을 더 키울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