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영화관

색동저고리를 입은 두 소녀가 보인다. 그런데 철조망이 앞을 가로막고 있다. 탈북 화가 선무(線無)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딸들이 물어요. 우리 할머니는 어디 있느냐고. 할머니는 '윗동네'에 있는데 갈 수 없는 상황을 얘기하고 싶었던 그림이에요…."

제7회 DMZ국제다큐영화제(집행위원장 조재현)가 오는 17일 이 다큐멘터리 '나는 선무다'(사진·감독 애덤 쇼버그)로 개막해 24일까지 경기 고양시·파주시 일대에서 열린다. 얼굴 없는 화가 선무는 프로파간다 예술가로 살다가 1998년 탈북했다. 병상에 누워 있는 김정일에게 어린이가 콜라를 주는 그림 '약 드세요'는 미국 주간지 타임 표지에도 실렸다. '나는 선무다'는 남북한 두 나라에서 산 화가 선무가 지난해 중국에서 개인전을 준비하다가 위험에 빠지는 사건을 카메라에 담았다.

올해 DMZ영화제에서는 43개국에서 온 102편이 상영된다. 68혁명부터 10년간 독일의 정치적 급진주의를 돌아보는 '독일청춘', 6일전쟁에 대한 이스라엘의 비극적 자화상 '검열된 목소리', 혈통을 찾아가는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아마미' 등이 눈길을 끈다.

개막식은 임진강 북쪽 민통선 안에 있는 캠프 그리브스에서 열린다. 메가박스 백석점과 파주출판도시점, 명필름 영화학교, 파주 지지향을 도는 셔틀버스도 운행된다. 홈페이지(dmzdocs.com)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