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유산균으로 腸 건강·피부 미용까지…

한국야쿠르트는 올 연말 피부 보습과 주름 개선 효과를 강화한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몸에 들어가서 건강에 좋은 효과를 주는 살아있는 균) 제품을 내놓는다. 건강한 산모 200여명의 모유(母乳)에서 추출한 토종 유산균 '락토바실러스 플란타룸 HY7714'를 이용한 기능성 제품이다. 심재헌 한국야쿠르트 중앙연구소장은 "5년여 연구 끝에 개발한 제품으로 식약처로부터 주름을 만드는 피부 내 효소를 억제하는 효과를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유산균을 이용한 프로바이오틱스 건강 기능 식품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유산균 발효유 수준을 넘어 피부 미용이나 아토피 치료, 혈중 콜레스테롤 감소 등 전문적인 효능을 갖춘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김치·젓갈·장류서 추출한 '土種유산균'이 대세

시장 조사 업체인 링크아즈텍코리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건강 기능 식품 시장 규모는 1500억원대로 3년 전에 비해 4배 가까운 규모로 고속 성장했다. 올해는 2000억원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유산균 발효유 부문이 최근 3~4년간 정체 상태인 것과 뚜렷하게 대비된다. 최근에는 김치·장(醬)·젓갈 등 국내 전통 식품에서 추출한 '한국형 유산균'을 이용한 제품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김치에 들어 있는 유산균주(菌株) 3500여개를 전수(全數) 조사해 피부 아토피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는 '유산균 CJLP133'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이것을 물이나 우유에 타서 먹는 가루 제품으로 만들어 지난해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달에는 243번째 균주인 'CJLP243'를 활용한 장 유산균 제품을 내놓았다.

프로바이오닉은 '락토바실러스 사케이 프로바이오65'라는 김치 유산균을 활용해 민감성 피부의 보습력을 높여주는 로션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애견용 제품도 만들었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돕는 쎌바이오텍의 '듀오락 혈당 컨트롤'은 젓갈과 가자미식해 등에서 분리한 스트렙토코쿠스 서모필루스 유산균을 함유하고 있다. 정현석 실장은 "이 유산균은 혈당 조절에 관여하는 다른 유산균이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5년 내 60兆로 커질 것"

해외 학계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과식과 비만을 유발하거나 당뇨병 위험 요인을 높이는 장내 유해균을 억제하기 위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인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이 2020년 60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업체들은 토종 유산균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경기도 평택에 200억원을 투입해 프로바이오틱스 공장을 완공했다. 또 이 회사 용인 중앙연구소는 균주 2000여개를 대상으로 심혈관 질환의 원인 물질인 중성지방을 감소시키는 균주를 찾는 연구를 진행해 내년 상반기쯤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쎌바이오텍은 북유럽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해 '듀오락'이라는 독자 브랜드로 덴마크에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10여종을 출시했고, 올 초부터는 핀란드에 여드름 원인균을 제거하는 기능성 화장품을 수출하고 있다. 김동현 경희대 약학과 교수는 "발효식품 종주국인 한국은 기능성 유산균의 보고(寶庫)"라며 "프로바이오틱스 분야가 미래 바이오산업의 한 축으로 성장하도록 정부가 지원과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