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14 15:26

7,80년대만 하더라도 유럽 여행은 고사하더라도 동남아 여행가기도 힘든 시절이었다. 그러나 요즘 세대는 여행이 상당히 보편화되었다. 반백년을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서유럽 여행을 다녀 왔다. 회사의 약간의 지원금도있고 해서 한번도 가본적이 없었던 서유럽 여행을 가게 되었다. 10일 간의 일정으로 계획을 세워 8월 초 프랑스, 스위스, 이태리 3개국을 다녀 왔다.

가족여행이라 여행경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모여행사의 저렴한 패키지를 이용했는데 왕복비행시간이 거의 30시간 걸린 장거리 여행이었다. 여행의 목적은 일반적으로 크게 두가지로 분류를 하곤 한다. 첫째는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것이고, 둘째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을 접해 보는 것은 어른, 아이 구분없이 여행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라 할수 있다. 특히 유럽의 경우는 동남아권과는 전혀 다른 환경을 갖고 있어 여행의 최적지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신문지상을 통해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프랑스의 에펠탑, 베르사이유 궁전, 루브로 박물관은 실제로 봤을때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그 시절에 어떻게 인간의 힘으로 이런 건축물을 만들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유럽 문물에 대해 새삼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프랑스가 인간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에 대한 감동을 주었다면 이어서 방문한 스위스는  인간의 힘과 더불어 자연의 아름다움의 극치를 볼 수 있었다. 3454m 높이까지 기차가 올라갈수 있게 끔 철로를 설치한 인간의 힘과 수km에 이어지는 빙하의 모습은 눈으로 직접 봐야만 그 느낌을 알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스위스가 인간의 노력과 자연의 조화가 가장 인상 깊은 반면에 이어 방문한 이탈리아는 그야말로 인간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다시금 보여주는 나라였다. 거리 곳곳이 수백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길거리에 있는 건물들 하나하나가 그 당시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잘 보존되어 있었다. 이렇게 훌륭히 보존을 할 수 있게된 계기는 국가 차원의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과거의 건물을 유지하기 위해선 불편을 감수를 해야만 했다. 차가 타고 다니기 위해 넓은 길이 필요했지만 이태리 국민들은 좁은길을 감내했다. 그 나라의 옛 문물을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서 였다.

서유럽 여행은 불효 관광

여행의 두번째 매력은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매일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사람들과의 만남도 의미가 있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내가 몰랐던 다른 사람이 알고 있었던 지식이 나의 지식과 합쳐져서 나 자신의 지식의 폭을 더 넓게 가질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패키지 여행을 통해 다양한 형태를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내가 생각지 못한 형태의 여행도 색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40대 엄마와 중학생 아들, 50대 엄마와 시집간 20대 딸, 오빠와 여동생 그리고 그 사촌동생, 와인을 좋아해 와인으로 알게 된 두 친구끼리의 여행 등등 이런 다양한 부류의 여행객과 10일간 같은 숙소에서 묵으면서 얘길 나눈 부분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환갑을 넘긴 노년부부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자식들을 다 출가시키고 이제 본인들만의 삶을 살아가면서 이런 여행을 통해 힐링을 하면서 노년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었리라 판단되어 내심 60대 이상의 노부부들이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이 부분이 좀 아쉬었던 부분이다. 한편으로 돌이켜보면 이 분들이 8월 서유럽 여행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듣고 여행을 보류할 법도 했었다. 8월 서유럽은 한국의 무더위 이상으로 덥다고 얘기 들었는데 실상은 상상 이상이었다. 심지어 40도 가까이 올라가는 살인적인 더위도 겪었다. 그리고 국가간 이동이었지만 비행기 대신 버스로 하다보니 하루 버스를 타는 시간이 평균 4시간정도였다. 살인적인 더위와 함께  장거리 버스 이동으로 웬만한  체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 8월 서유럽 여행은 노부부에겐 무리라 본다.  젊은 사람도 지치는 상황에서 60대이상 노부부가 이런 여행을 감내하다간 위험한 상황까지도 갈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들고 실제 가이드를 통해 들은바로는 쓰러지신 분들도 종종 있다라고 한다.

형편이 좀 나아져서 8월에 유럽으로 부모님을 여행보내고자 하는 분들은 본인들은 부모님을 위한 효도관광이라 생각되겠지만 막상 그 여행을 다녀온 부모님에겐 불효관광이 될 수도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우리 부모님 세대가 걸어왔던 어려운 삶에 대해 매스컴을 통해 많이 접해 보았다. 자식들에겐 본인들이 겪고 왔던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오직 앞만 보고 달려 왔던 부모님 세대. 이제는 떠나야 한다. 이제는 본인들의 삶을 위해 살아야 하고 즐겨야 한다. 그 즐거운 삶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권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다. 물론 국내 여행도 여러가지로 좋은 부분도 있지만 해외여행 또한 이국문화체험을 통해 보다더 많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한 여행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