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펼쳐진 언덕과 푸른 잔디밭, 그리고 구름이 내려앉은 듯 하얀 양떼가 풀을 뜯는 풍경. 영국 잉글랜드 중서부에 위치한 코츠월드(Cotswolds)는 1960년대 영국 정부가 자연이 아름다운 지역으로 선정한 곳으로 크고 작은 마을 100여개가 오밀조밀 들어서 있다. 코츠월드란 지명은 양 우리를 뜻하는 '코트(cot)'와 완만한 언덕을 일컫는 고대 영어 '월드(wold)'란 두 단어가 합쳐져 '양들이 있는 구릉'을 뜻한다. 목가적인 코츠월드의 풍경은 화려함과 거리가 먼 대신에 아기자기하고 편안하다. 이런 매력에 반했는지, 코츠월드에 케이트 모스·엘리자베스 헐리 같은 유명인들이 집을 짓고, 찰스 왕세자는 친환경 유기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의 ‘J의 오두막 정원’.
경기 가평 아침고요수목원에 최근 조성된 'J의 오두막 정원'(이하 코티지 정원)은 코츠월드에서 영감을 받았다. 지난해 6월 아침고요수목원의 이영자 원장이 코츠월드의 바이버리 마을을 돌아보다 영감을 얻어 만든 곳이다. 바이버리는 14세기에 지어진 그대로의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더욱 아름다운 곳으로 영국 최초의 연립 주택인 알링턴 로가 자리해 있다. 알링턴 로는 영국 여권 안쪽 표지에 사진이 인쇄돼 있을 정도로 코츠월드 마을의 수많은 집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곳이다. 영국의 오두막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약 4개월의 기간을 거쳐 코츠월드 지방의 건축 양식과 재료를 수집해 완공됐다. 한국 유일의 영국식 정원이자, 가장 가까이서 코츠월드의 자연과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4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며 영국에서 발전한 코티지 정원은 시골집에 딸린 소박한 정원이다. 뒷마당에 채소를 가꾸면서 시작된 코티지 가든은 점차 계절에 따라 색색의 꽃들로 채워지고, 오랜 시간을 거쳐 영국의 정원 문화를 대표하는 정원 예술의 경지에 이르렀다.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이라 할 만한 곡선을 곳곳에 구현한 수목원의 정경과, 구릉이 많은 코츠월드를 본뜬 코티지 정원은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공통점인 완만한 선과 소박한 장식 덕분이다. 이영자 원장은 "영국은 오래된 정원 역사를 자랑하며 정원의 선두 주자라고 불릴 만큼 정원 문화가 발달한 국가다. 세계 정원 역사에서 큰 획을 그은 영국의 자연풍경식 정원은 한국의 전통정원과 매우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다. 코티지가든 역시 자연의 곡선과 비대칭의 균형을 최대한 활용해서 엄격한 통제를 가한 유럽의 다른 정원들과는 달리 자연스럽게 조성됐다"고 말했다.
촛대승마.
큰꿩의 비름.
미역취 /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영국식 오두막을 배경으로 여러해살이 풀꽃들이 어우러져 있는 코티지 정원은 입구에서부터 곡선의 동선을 따라 각기 다른 색(色)의 테마를 가진 6개의 화단을 만들었다. 흰색과 빨강, 강렬한 원색 계열, 파랑 등 각 화단에는 여러해살이 초화식물과 목본식물을 심어 식물의 색상이 전달하는 활력, 낭만, 평화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정원으로 조성했다. 정원에는 여러해살이 식물들이 주로 개화하는 6~9월에 가장 많은 꽃을 볼 수 있다. 이곳의 식물들은 해마다 약속된 계절이 오면 어김없이 꽃을 피우기 때문에 이곳은 '약속의 정원'으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오텀 조이'('가을의 기쁨')이라고도 불리는 '큰 꿩의 비름'이 코티지 정원 곳곳에 피어있어 가을의 정취를 더하고 있다. 여름 내내 온몸을 달궜던 열기를 식히면서 가을 햇살을 즐기기에 딱 알맞은 곳이다.
축령산 자락에 있는 아침고요수목원은 30만㎡에 이르는 넓은 공간에 한국적 정원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곳으로 꼽힌다. 20여개 주제를 갖춘 정원으로 구성돼 계절마다 다채로운 꽃과 나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9월 중순부터 피는 쑥부쟁이 등 온갖 가을꽃들이 산책길을 수놓아 화사한 기분이 들게 해준다. 가평군 자라섬에서 10월에 열리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오가는 관객들이 잠시 머무르기에도 딱 좋은 위치에 있다.
** 여행정보
문의전화 : 1544-6703 이용시간 : 오전 9시 ~ 오후 7시 30분 홈페이지 : www.morningcalm.co.kr 주소 : 경기도 가평군 상면 수목원로 432(행현리 산 255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