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달 착륙에 감동한 소년, 우주 사업 나서다

1969년 미국 플로리다주(州)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센터에서 우주선 '아폴로 11호'가 발사됐다. 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한 우주선이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창업자 겸 최고 경영자(CEO) 제프 베조스(Bezos·51)는 당시 5세였다. 그는 "우주센터에서 340㎞ 떨어진 마이애미에서 TV로 아폴로 11호 발사 장면을 보며 과학기술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그로부터 46년 지나 베조스 CEO가 바로 그 케이프 커내버럴에서 15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2억달러(약 2352억원)를 투자해 2020년까지 우주선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켓 제조와 발사 시설을 갖춘 우주 탐사 파크(exploration park)도 짓는다. 그는 지난 2000년 우주 개발 업체 '블루 오리진'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베조스는 "궁극적 비전은 수백만 명이 우주에서 살고, 일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아주 긴 길을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조스 CEO는 1994년 아마존을 창업했다. 인터넷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현재 온갖 상품과 전자책(e북)까지 전 세계에 판매하는 종합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했다. 그의 꿈은 단순히 '부자(富者)'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베조스는 "내 유일한 목표가 돈을 버는 것이라면 그저 새로운 스낵 회사를 차리는 게 훨씬 쉬울 것"이라며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꿈은 우주 탐사였다. 베조스의 우주 개발 사업은 개인 돈으로 진행된다. 포브스 집계에 따르면 베조스는 보유 자산 464억달러(약 54조5000억원)로 전 세계 열다섯째 부자다.

베조스 CEO는 그동안 우주 사업과 관련된 부분은 일정한 성과가 나올 때까지 베일 속에 감춰뒀다. 지난 4월 첫 무인우주선 '뉴 셰퍼드(New Shepherd)' 시험 발사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자신감을 얻었다. 베조스는 우주 개발의 중심지인 케이프 커내버럴로 거점을 옮기고 사업을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블루 오리진은 이곳 우주센터의 제36호 발사 시설을 사용한다. 최초로 목성을 탐사한 '파이어니어 10호', 처음으로 달에 착륙한 무인탐사선 '서베이어 1호' 등을 쏘아올린 곳이다. 최근 10년 동안은 가동되지 않았다. 베조스는 "우리는 이곳을 신속히 고쳐낼 것"이라며 "아마존을 통해 벌어들인 돈 덕분에 우주에 대한 나의 열정을 밀고 나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주 개발에 도전장을 낸 인물은 베조스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IT(정보 기술) 거물 대부분이 우주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선두 주자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창업자 겸 CEO인 일론 머스크(Musk)다. 그는 '스페이스X'라는 우주선 업체를 세우고 로켓 '팰컨 9'을 개발했다. 이 로켓은 벌써 17번이나 우주정거장을 오가며 임무를 수행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업체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도 우주 개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구글은 달 탐사 프로젝트 '루나 X 프라이즈'를 후원하는 한편, 우주와 지구를 오가는 '우주 엘리베이터'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