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9.17 14:06

더위가 한풀 꺾인 지난 주말 지리산 한신계곡을 다녀왔다. 운동도 습관이라고 몇 달 쉬었더니 그냥 집에 있는 것이 편하다고 느껴 밖에 나가는 것이 쉽지 않다. 나는 안다. 내가 집에서 운동을 혼자 하는 것이 작심삼일이 된다는 것을…. 동호회에 지리산 계곡 트래킹이 있다는 정보가 뜨자 신청을 해서 다녀왔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소속감이 매우 중요한데 오랜만에 나왔더니 아는 여행 친구들이 왜 그동안 뜸했냐고, 별일은 없느냐고, 건강을 괜찮으냐고 안부를 묻는다. 행복감이 밀려온다. 매슬로가 말하는 소속감의 욕구가 충족된 것이다.

[시니어 에세이] 지리산 한신계곡을 다녀오다

지리산은 이름도 으스스한 깊고 아름다운 계곡들이 많다. 뱀사골, 피아골, 한신계곡 등. 지리산 계곡은 국립공원 지역이라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고 탐방로도 확실하여 여름철 피서를 겸한 계곡트레킹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경남 함양군 마천면 강청리 백무동 마을을 기점으로 한 등산로는 크게 두 가닥인데 우리는 백무동에서 시작하였다. 백무동계곡의 주류를 이루는 한신 계곡 길과 백무동에서 곧장 장터목으로 뻗은 하동 바위길이 있는데 우리가 걷는 한신계곡 길은 나들이 폭포, 가내소 폭포, 오층 폭포, 한신 폭포 등 크고 작은 폭포가 줄지어 도열한 멋진 골짜기이다. 울창한 숲 사이에서 굉음을 울리며 쏟아지는 폭포를 옆에 끼고 계속 산을 오르니 그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내 생전에 지리산 깊은 곳, 이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할 수 있다니 일상에서의 모든 스트레스가 휘리릭 날아간다.

이 길은 지리산 주능선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계곡으로 여름 끝자락에 가기엔 안성맞춤이다. 걷는 내내 더운 낮의 열기로 땀이 비 오듯 하였지만 간간이 불어와 땀을 식혀주는 바람 끝엔 가을이 묻어 있어 차가운 계곡 물속에 몸을 담그기엔 망설여진다. 그래도 아름다운 지리산 첩첩산중 선녀와 나무꾼이 노닐었을 짙푸른 계곡 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피곤한 여정을 바위 위에 내려놓고 머리도 감고 발을 담가 본다. 아! 이 행복한 충족감. 일행 중 누군가 하모니카 연주를 한다. 산상 음악회. 다시 배낭을 여며 도보를 시작하며 잠시 하늘을 우러러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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