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연말 '滿員 IPO'… 또 몰아치기 公募 나오나

올 연말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날 전망이다. 현재까지 60개가 넘는 업체가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내고 기업공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증권 업계 일부 관계자는 지난해 말 상장 기업이 한꺼번에 대거 몰리며 공모 청약 경쟁률이 양극화했듯, 올해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공모 청약이 미달되거나 청약을 아예 철회하는 업체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64개 사 상장 대기 중… 안트로젠 상장 재도전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내고 상장을 준비 중인 기업은 총 64개다. 유가증권시장에 9개, 코스닥 시장에 55개 업체가 대기 중이다.

특히 이번 달 들어서는 총 20개 사가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KIS정보통신을 비롯해 코스닥시장 상장에 나선 의료기기 업체 멕아이씨에스, 원자 현미경 제조사 파크시스템스와 바이오 업체 엠씨티티바이오 등이 청구서를 냈다. 지난해 9월 예비심사를 통과하지 못하고 증시 입성 문턱에서 한 차례 좌절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사 안트로젠도 상장 재수에 도전했으며, 게임 개발사 네시삼십삼분의 자회사 썸에이지도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을 통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이츠웰·에스케이스팩1호, 공모 청약 철회하기도

증시 전문가들은 올 연말 IPO 시장에 공모주가 대거 쏟아져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난해 말 나타난 공모주 공급 과잉 현상이 반복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업체는 총 30개였다. 하루에 한 개 업체가 청약을 받은 셈이다. 특히 16일에는 하루에 11개 사가 한꺼번에 공모 청약을 실시하기도 했다.

공모 청약을 실시하는 업체가 많다 보니 일부 업체는 아예 공모를 철회하기도 했다. LED 패키지 전문 업체 이츠웰은 당시 기관 수요 예측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자 청약 계획을 돌연 철회하고 상장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에스케이스팩1호 역시 공모 청약을 철회했다.

계획대로 공모 청약을 실시한 업체 가운데서도 상당히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한 회사들이 많았다. NH스팩2호와 현대드림스팩2호는 청약이 미달됐다. 시스템통합(SI) 업체 아이티센의 경쟁률은 2.7대1에 그쳤으며, 항공기 부품 업체 아스트와 반도체 검사 부품 업체 오킨스전자의 청약 경쟁률은 각각 4.1대1, 9.1대1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 목표 맞추려면 올해 안에 50개 사 상장해야

지난 7월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올해 안에 유가증권시장에 20개, 코스닥시장에 100개 업체를 상장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들어 현재까지 유가증권·코스닥시장에 각각 8개, 62개 업체(스팩 합병상장 포함)가 상장됐기 때문에 최 이사장이 밝힌 목표치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올해 안에 최소한 50개 사가 상장돼야 한다.

최근 한국거래소 내부에서는 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 제출부터 상장까지는 적어도 3개월 이상 소요된다. 9월까지 심사를 청구한 회사 중 대부분이 차질 없이 상장에 성공한다고 가정해야 최 이사장이 말한 목표치에 근접할 수 있다.

한 증권사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지난해에도 한국거래소가 상장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연말에 공모 청약을 무리하게 몰아서 실시했는데,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 같다"며 "금리가 낮고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려 있어 IPO 시장에 호재라지만, 투자자 수요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큰 업체들을 중심으로 돈이 선별적으로 몰리며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회사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