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만 예쁘단 말, 이젠 안 나오겠죠?

골프에는 관심 없어도 '안신애'라는 이름은 들어본 적 있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지난 13일 한국 여자 골프 메이저 대회인 KLPGA 챔피언십에서 안신애(25)가 5년 만에 우승을 차지하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엔 그의 이름이 인기 검색어 상위 랭킹을 한동안 오르내렸다. 트위터에 올라 있는 사진들이 '골프 여신' '명품 몸매' 등의 수식어를 달고 한 장 한 장 기사화됐다. 아이돌 스타 같은 폭발적 인기였다.

하지만 '꽃미모'에 묻혀 버리기엔 아까울 만큼 안신애는 명승부 끝에 우승을 달성했다. 4차전까지 치른 연장전(18번홀·파5)에서 마지막 세 번 모두 어프로치샷을 홀 2m 이내에 붙여 버디를 잡아냈다. 연장에서 3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우승한 것은 KLPGA 사상 최초였다. 최하위(공동 60위)로 컷을 통과해 우승을 차지한 선수도 그가 처음이다.

KDB대우증권 클래식 개막을 하루 앞둔 17일 춘천 엘리시안강촌 골프장에서 연습 라운드를 마치고 전화를 받은 안신애는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선두로 경기를 먼저 마치고 한 시간 넘게 기다리면서 연장전만 치를 수 있기를 기도했어요. 연장에만 간다면 우승 못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시상식 직전 안신애가 아버지와 통화하며 눈물 흘린 것도 화제가 됐다. 투어에 데뷔한 2009년부터 지금까지 딸의 매니저와 운전기사 역할을 맡아온 아버지 안효중(63)씨는 개막 이틀 전 발을 다쳐 대회장에 오지 못했다. 안신애는 "다른 분들께 감사 말씀을 전하기 전에 꼭 아버지께 먼저 감사를 드리고 싶었다"며 "아버지와 나 모두 눈물이 나고 목이 메어 아무 말도 못 했다"고 했다.

안신애는 아버지 안씨와 어머니 이영숙(61)씨 사이에 무남독녀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뉴질랜드로 유학을 떠나 아버지 권유로 골프를 시작했다. 부모는 귀하게 얻은 외동딸에게 골프는 물론 피아노, 무용, 하키 등 다양한 취미를 갖게 했다.

뉴질랜드 국가대표를 지낸 안신애는 한국에 돌아와 2009년 KLPGA 투어에 데뷔했다. 첫해 신인상을 받고 이듬해 2승을 올리며 실력은 물론 빼어난 외모와 패션 감각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 후 5년간 긴 슬럼프가 찾아왔다. 스트레스로 인한 복부 출혈, 어머니의 암 수술, 외모만 신경 쓰는 선수라는 비난…. 올해 초엔 KLPGA 홍보 영상을 찍다가 카트에서 떨어져 무릎 근육이 찢어졌다.

안신애는 2년 전부터 멘털 코치를 두고 훈련하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되찾는 데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무릎 수술을 받고 입원했을 땐 병실에서도 연습 매트를 깔아놓고 퍼팅 연습을 했다. 그는 "힘들 때마다 '너는 우승할 실력을 갖춘 선수다. 큰 사람이다'라고 격려해주신 부모님 덕분에 꾸준히 노력할 수 있었다"며 "효녀가 되고 싶었는데 참 어려웠다"고 했다.

안신애는 "다른 것에 관심을 끊고 골프만 쳐야 집중이 잘되는 선수도 있고, 나처럼 음악이나 패션 등에서 긍정적인 에너지와 자신감을 얻어 골프에 활용하는 선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하루하루 행복하게 골프 치고 여자로서도 아름답게 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