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1위, 한국 27위, 그리스 꼴찌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7년이 지났다.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7년 동안 글로벌 경제 지형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고유가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하던 자원 수출국은 최근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타격을 받았고,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도 여러 나라에 충격을 줬다. 반면 적극적인 양적완화 정책을 바탕으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경제는 회복세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전 세계 증시도 역시 크게 오르고 내렸다. 그동안 어느 나라 증시가 가장 많이 올랐는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말 이후 전 세계 61개국, 68개 증시를 대상으로 등락률을 알아봤다.

한국 증시 성적표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 말 이후 5.2% 상승했는데 조사 대상인 68개 증시 가운데 27번째다. 코스닥지수는 같은 기간 2% 하락했다.

◇아르헨티나 증시 390% 올라··· 선진국에서는 덴마크가 1위

절반이 넘는 39개 증시의 주가지수(9월 18일 종가 기준)가 2007년 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 종합주가지수가 86.5% 하락한 697.57로 68개 증시 가운데 하락률이 가장 높았다. 불가리아(-74.9%), 베네수엘라(-65%), 러시아(-64.4%)도 하락폭이 컸다.

주가지수 상승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아르헨티나였다. 아르헨티나 주가지수는 지난 18일 기준으로 10555.28을 기록해 2007년 말보다 390.5% 상승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해 기술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하는 등 경제 상황이 좋지 않지만 금융시장은 정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활동지수가 예상치를 웃도는 등 거시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고, 올해 10월로 예정된 대선에서 시장친화적인 정권이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가 늘고 있다.

양적완화를 통해 경제 살리기에 나선 선진국도 증시가 좋았다. 미국은 나스닥지수가 2007년 이후 82% 상승했고,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과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도 23~33% 올랐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잇따라 경기부양책을 내놓은 데 힘입어 덴마크(102.7%), 스웨덴(34.4%), 독일(22.9%) 등 기초체력이 튼튼한 유럽 국가들의 증시도 큰 폭으로 올랐고, 일본 닛케이평균도 18% 상승했다.

◇원자재 수출국의 몰락

국제유가는 지난 1년간 급전직하했다. 2014년 9월 26일 배럴당 93.54달러였던 서부텍사스유(WTI)는 현재 40달러 중반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은 산유국 증시에 직격탄이 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대부분의 증시가 부진했다. 베네수엘라(-65%), 쿠웨이트(-54.5%), 사우디아라비아(-32.3%), 나이지리아(-47.7%), 아랍에미리트(-38.9%) 등 OPEC 회원국 증시가 대부분 안 좋았다.

대표적인 원자재 수출국인 러시아(-64 .4%), 브라질(-26%)도 증시가 부진했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로 경제가 급격히 악화됐다. 러시아 루블화의 미 달러화 대비 환율은 2007년 말과 비교해 170.3% 상승했다(루블화 가치 하락).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브라질 헤알화의 미 달러화 대비 환율은 같은 기간 121.7% 상승, 헤알화 가치가 역대 최저치에 근접했다. 중국 성장이 둔화되면서 원자재 수출이 줄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다가오면서 통화가치가 하락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엇갈린 아시아 신흥국 성적표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희비가 엇갈렸다. 스리랑카 증시가 2007년 말 이후 179.7% 상승했고, 파키스탄(132.7%), 태국(62%), 인도네시아(59.5%), 인도(29.2%)도 증시가 좋은 모습을 보였다. 이 국가들은 정치적인 리더십이 안정돼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인도의 경우 모디 총리 취임 이후 정국이 안정되면서 금융시장도 활기를 찾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 가운데 가장 높은 주가지수 상승률을 보인 스리랑카도 2009년 내전이 종식된 이후 경제 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반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41.1% 하락했고, 베트남 주가지수도 38.9%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