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MBA] 업무보다 실세 찾아 기웃… '社內 정치' 청소 3가지 방법

이런 회사가 있다. 직원들끼리 모이는 자리에서 업무 얘기는 거의 없다. 대신, 사람 얘기가 주를 이룬다. "김 부장은 박 상무의 고등학교 후배고, 사장님이 어제 김 상무를 혼냈고, 김 전무가 박 부장을 싫어하고…."

한마디로 직장 내 인간 관계에 대한 가십(gossip)이 넘쳐나는 회사다. 당연히 직원들은 업무 성과보다 누가 실세인지를 파악하고 사내 인맥 만들기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쓴다. 사내(社內) 정치가 없는 회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우선, 리더의 일관성이 필요하다. 일관성이란 무엇인가? 예측 가능성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리더는 이렇게 행동할 것이다'라는 예측이 안 될 때 부하들은 리더의 의중 파악에 에너지를 집중한다. 당연히 일을 잘하는 사람보다 리더의 마음 읽기에 열중하는 사람이 회사의 핵심인물이 된다.

그렇다면 리더가 일관성이 없는 이유는 뭘까?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덜 중요한지 스스로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리더들은 우리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가 매월 달라진다. 아니, 매주, 매일 달라질 때도 있다. 한마디로 자기도 모르는 것이다.

이런 회사에서 자주 일어나는 회의가 바로 '교리(敎理)해석의 시간'이다. 부하들끼리 모여 지금 리더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까에 대해 토론한다. 리더 자신도 명확하지 않은데 이를 부하들이 명확히 이해하려니 죽을 맛이다. 이때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판친다.

둘째, 성과에 대한 명확한 측정 기준이 있고 이에 따라 신상필벌이 이뤄져야 한다. 성과의 측정 기준이 지표화되어 있지 않다면 결국 업무 성과보다는 리더와 '인간적 코드'가 맞는 부하가 승승장구한다. 그래서 좋은 회사일수록 개인의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를 설정하는 단계부터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은다. 설정된 개개인의 목표는 구성원들이 함께 공유해야 한다. 리더가 인간적으로 친한 부하에게 달성하기 쉬운 정량적 목표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래야 리더와 부하 간의 부당한 '밀실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흔히 '역량'이라고 불리는 정성적 평가를 할 때도 객관적 지표가 필요하다. 우리 회사가 '창의성'을 중요한 평가항목으로 여긴다고 가정하자. 이때 어떠한 측정 기준도 없이 부하의 창의성을 평가하면 리더의 '감(感)'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기랑 '창의적으로' 놀아준 부하에게 좋은 고과를 줄 수도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게 핵심행동지표(Key Behavior Indicator)다. 예를 들어 '회의 때 새로운 아이디어를 1회 이상 제안'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지표화하는 방식이다.

셋째, 신임 리더가 전임 리더를 부정하지 않아야 한다. 많은 리더들이 조직의 장(長)이 되는 순간, 전임 리더의 철학과 전략 및 사람을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만들어 간다.

이런 조직일수록 오늘날 핵심 부서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다음 날 한직(閑職)으로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성과 또는 업무 능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단지 전임 리더 아래에서 중용됐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이들은 '정치적 박해'를 받게 된다.

자신의 당선에 도움을 준 부하들에게 능력과 상관없이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은 정치인들의 구태다. 회사는 정치판이 아니다. 회사 리더들의 어설픈 정치인 코스프레가 직장인을 정치인으로 만든다. 이런 게 바로 리더의 사심(私心)이다. 회사의 성과보다는 리더 개인의 존재감을 더 중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게 승계구도(succession plan)의 명확화다. 좋은 회사일수록 차기 리더를 선발하고 육성하는 방식이 예측 가능하고 투명하다. 이는 부하들의 직장 생명을 담보로 한 '줄서기'와 이로 인한 '혁명적 변화'를 막기 위한 방법이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11시간 정도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2위다. 하지만 생산성이 높다는 얘기는 어디서도 들리지 않는다. 사내 정치에 쓸 에너지를 업무에 쓸 때 '저녁이 있는 삶'도 가능하다. 결국, 잡념 없이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좋은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