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TV, 너라도 있어줘서

추석 당일인 지난 27일 각종 포털사이트에선 '마이리틀텔레비전 초아'라는 단어가 몇 시간 동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연예인들이 인터넷 1인 방송으로 시청률 경쟁을 벌이는 MBC '마이리틀텔레비전(마리텔)'에 출연한 걸그룹 AOA의 멤버 초아가 화제를 모았다. 이 방송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참여할 수 있어 TV 없는 1인 가구에도 인기가 높다. 초아는 이날 마치 방송을 보는 사람과 일대일 데이트를 하는 듯한 연애 게임 콘셉트로 시청률 1위를 했다. 실시간 댓글엔 "고향 대신 초아" "추석 때 혼자라 쓸쓸했는데 초아 덕분에 힐링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마리텔'처럼 혼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명절 특집 프로그램이 대세다. 1인 가구가 전체 가구 중 26.5%를 차지하고, 이 중 명절을 혼자 보내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어서다. 이번 추석 연휴에도 1인 가구를 겨냥한 특집이 쏟아졌다.

혼자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방송에 참여하면서 즐길 수 있는 콘셉트라는 것이 특징이다. KBS '속 보이는 라디오 여우사이'가 대표적이다. 개그맨 정형돈과 유병재, 가수 유희열이 진행하는 라디오 부스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프로그램.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사연을 보내면 진행자들이 답을 보내는 쌍방향 소통 방식이 관심을 끌었다.

1인 가구의 다수를 차지하는 20 ~30대 맞춤형 프로그램도 강세였다. MBC는 젊은 층이 익숙한 '덕후(마니아를 지칭하는 신조어)'를 내세운 '능력자들'이나 스스로 잉여라고 부르는 20~30대 남성들의 유럽 무전여행을 그린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을 방송했다.

SBS '심폐소생송'도 시청률 5.1 %(닐슨 코리아)를 기록하며 눈길을 끄는 데 성공했다. 서지원 등 1990년대 가수의 숨은 노래들을 발굴해 2030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콘텐츠를 전면에 내세운 덕분이다. SBS 편성국 관계자는 "추석에 모이는 가족들은 TV보다 영화를 즐기는 추세"라며 "오히려 '나 홀로 추석'을 보내는 젊은 층의 눈길을 끄는 프로그램을 전진 배치하는 게 주효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KBS '전국노래자랑'이 아이돌 가수를 섭외해 '아이돌 전국노래자랑'이란 추석 특집으로 젊은 시청자 잡기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과거 TV명절 특집이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강조하면서 다문화 가정이라는 시대 흐름을 반영했듯 이젠 1인 가구 시대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