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01 10:41

그 동안 폭주하는 업무로 밤샘 야근도 해 가며 업무 스트레스를 해소하느라 퇴근 후 한 잔 술을 빼놓지 않을 때, 흉금을 터놓고 친한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술자리가 너무 좋아 2차, 3차 술을 마다하지 않을 때, 술맛을 아는 사람, 술을 즐길 줄 안다는 소리를 칭찬 아닌 칭찬으로 들으며, 급기야는 덜컥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하고 입원하게 되었다.

‘휴, 드디어 휴식하게 되었구나! 덕분에 병원에 누워 그 간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달려 온 시간들을 정리하고 새출발을 하여야지, 그리고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묘한 논리로 대응하며 술을 즐겨 왔던 것을 이제 술을 끊으라고 내게 주어진 무언의 계시가 아니겠는가? 술을 끊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끊지 못하고 도저히 끊을 수 없던 것을 이 계기로 끊을 수 있게 됐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어떤 방법으로도 멈추지 못했던 폭주(暴走, 暴酒) 기관차를 멈추게 헸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시니어 에세이]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어려운 일을 당하고, 슬픈 일을 당하고서도 실의에 빠지거나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감사할 수 있다면 얼마나 다행이겠는가?  ‘불행 중 다행’ 이라거나 ‘그만하길 다행’ 이라는 차원을 넘어 감사하기까지 할 수 있다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일 것이다.

불행을 불행으로 여기지 않고 다행으로 여겨 행복한 삶으로 바꾼 실례를 현실 속에서 많이 보아온다. 복지관 노인분들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인터넷에서 모아온 동영상의 많은 자료 중에도 그러한 예를 많이 발견하게 된다.

우리 나라에도 온 일이 있는 팔 다리 없는 닉부이지치의 환한 미소가 잊혀지지 않고, 양팔이 없는 중국 여인이 아무 불편없이 가정 생활을 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 했다. 우리가 어릴 때부터 익히 알아 온 헬렌켈러를 보면, 더욱 경이를 느끼게까지 된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이 자기의 장애를 장애로 여기지 않고 남아있는 재능이나 기능을 십분 발휘하여 온전한 성인 못지않는, 아니 전문 분야에서 성인을 능가하는 실력과 재주를 발휘하며, 그 장애 가지게 된 것을 오히려 감사하다고까지 말하고 있으니, 고개가 절로 숙여질 수 밖에 없다.

감사하기를 생활 속에서 습관화한 사람들은 남들이 발견하지 못하는 것들에도 감사함을 잊지 않는다. 당연한 것처럼 여기는 것들, 눈에 보이지 않아 직접은 느끼지 못하는 것들, 공기나 햇볕이나 물이나, 앙증맞고 작은 들곷의 미소, 이름 모를 산새들의 명랑한 지저귐, 남들이 그냥 지나치기 쉬운 것들도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그냥 스쳐지나가고 무관심한 사람에 비해 그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품을 수 있다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내가 경작하는 논에 참새들이 날아들어 쭉정이벼를 만들기에 허수아비를 만들어 세우고 반짝이줄을 늘이다가 금년에는 아예 설치를 하지 않았다. 참새들이 먹어야 얼마나 먹으랴, 한 됫박이면 족할 것을, 하는 마음에 설치 않을 수 있게 된 마음을 먹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 


또 음식점에서 음식을 장만하는 주방장을 찾아, 시내버스에서 내리면서 기사에게, 집에까지 우편물을 배달해주는 집배원에게 감사하다고 말하여 ‘예, 고맙습니다’ 하는 대답을 들을 때, 또한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워 온 감사의 생활을 상기해본다. 지하 막장에까지 들어가 석탄을 캐는 광부가 없다면, 뙤약볕 속에 흙에서 농작물을 거두어내기 위하여 땀흘리는 농부가 없다면, 공장에서 물품을 생산해내고 그것들을 유통시키는 상인들이 없다면 우리 생활은 어떻게 될까? 현대에 들어와 사람들이 극히 이기적으로 변하여 자기만 알게 되고 돈으로 갚으면 그만이라는 생각 밖에 없으니,  남에게 감사할 겨를이 없어진 것이다.

이제 인색하고 편협한 사고에서 벗어나 매사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뉴우스에 나온 대로, 자기가 탈 차를 놓쳐 목숨을 구한 우연이 아니라, 스스로 작은 일에도,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에도 감사를 할 수 있다면 그는 참으로 축복받는 삶을 사는 것이 되리라! 집을 나서서 얼마 가다가 집에 두고 온 물건을 가지러 되돌아 갈 때에도, 짜증 대신, 한 번 더 걷게 되고 완벽한 일 처리를 하게 됨을 감사하고 즐거운 나들이가 된 것을 감사하게 된다면 한없는 감사꺼리를 찾은 것이 되는 것이다.

기왕에 할 일, 하여야 할 일이라면 즐겁게 하고 감사하게 생각하여 기쁜 마음으로 할 일이다. 직장에서 일이 주어졌을 때, 어떤 사람은 ‘왜 내가 이 일을 하여야 하는가’ 하고, 어떤 사람은 ‘나를 특별히 알아주어 어려운 일을 시키는구나’ 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성의있게 해 낸다. 나는 어디에 속하는 사람인가?

매사에 감사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모든 일들을 항상 수용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해 낸다면, 자기 분야에서, 자기 일터에서 훌륭히 일을 해 낼 수 있을 것이며, 더욱 큰 감사할 일들이 이어지리라고 믿는다.

조선일보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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