私募펀드 품에 안겨… 영실업 등 수출 늘며 실적 쑥쑥

어린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장난감 '또봇'을 제작하는 영실업은 지난 8월 프랑스 최대 애니메이션 채널인 '굴리'와 또봇 애니메이션을 방영하기로 계약을 했다. 앞서 7월과 8월에는 태국과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과도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영실업이 해외 시장에서의 보폭을 넓히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인 헤드랜드캐피털에 인수된 이후부터다. 헤드랜드 인수 뒤 또봇을 출시해 국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부터 대만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로 수출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 4월 회사의 주인이 다른 홍콩계 PEF인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으로 바뀐 뒤에는 아시아에 이어 유럽으로도 수출 지역을 넓히고 있다.

PEF 도입 초기에 국내외 PEF가 기업을 인수해서 무리한 구조조정 등으로 이익을 짜낸 뒤 매각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많은 PEF들이 유망기업을 사들인 뒤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회사의 경쟁력이 강화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PEF 인수 뒤 경영 개선에 나서고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과 글로벌 진출 활성화 등에서 강점을 가진 PEF의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주장이 많다.

◇PEF 인수 뒤 해외 거래처 확대

카메라용 교환렌즈와 CCTV 등을 판매하는 삼양옵틱스는 2013년 국내 PEF인 보고펀드에 인수된 이후 해외 시장에서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12개였던 거래국가 수는 올 1분기 기준 31개 국가로 늘었고, 해외 거래처도 12개에서 33개로 증가했다. 신제품 출시 건수도 2013년에는 4건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15건으로 늘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캐프도 국내 PEF인 IMM PE가 경영에 참여한 이후인 2011년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지난해에는 베트남에 공장을 짓고 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나서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 외에 다른 납품처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자동차 연료펌프 제조사 코아비스는 한앤컴퍼니에 인수된 이후 지난해 폴크스바겐의 부품 공급사로 선정됐고 미래자동차 프로젝트의 공동 개발사가 되기도 했다. 2011년 모건스탠리 PE에 인수된 부대찌개 프랜차이즈 놀부는 지난해 중국에 진출해 현재 상하이 등에서 10여 개의 지점을 운영 중이며, 지난 7월에는 일본에 1호점을 열기도 했다.

이철민 보고펀드 부대표는 "많은 PEF의 운용역들 가운데 상당수가 해외 유학을 했거나, 외국계 투자은행(IB)과 경영컨설팅업체 등에서 일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며 "이들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그동안 인력과 자본 등의 한계로 해외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새롭게 경쟁력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파·컨설턴트 많은 PEF··· 인재 확보에서도 강점

외부에서 경영실적 개선 능력을 갖춘 인재를 영입하는데 강점을 가진 점도 PEF가 중소기업을 인수한 뒤 빠른 성장과 실적 개선에 성공한 요인으로 꼽힌다. 2013년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인 할리스커피를 인수한 IMM PE의 경우 글로벌 화장품업체인 로레알과 컨설팅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했던 이지은씨를 마케팅본부장으로 데려왔고, SPC와 CJ 등 외식업종에서 경력을 쌓은 인력들을 잇따라 영입했다.

◇PEF 인수 뒤 실적개선 어려움 겪기도

물론 PEF에 인수되거나, 투자를 받은 중소기업들 가운데 해외시장에서의 역량 강화를 꾀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 2차전지 부품업체 넥스콘테크놀러지의 경우 지난 2012년 PEF인 유니슨캐피탈에 인수된 이후 일본 파나소닉 계열사의 사업부를 인수하는 등 의욕적으로 글로벌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스마트폰 부품업체들로부터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적이 악화됐다. 넥스콘의 매출액은 2013년 3229억원에서 지난해 2606억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손실 규모는 8800만원에서 388억원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