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존 主犯은 국내 디젤차와 中서 급증한 차량

환경부는 지난 2005년 수도권 대기 질 개선 프로젝트에 착수해 작년까지 약 3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했다. 디젤차가 유해 대기물질을 덜 배출하도록 차량 한 대당 수백만원씩 하는 '배출가스 저감 장치'를 달도록 하는 등 자동차 대책에 집중했다. 그 결과 서울의 미세 먼지 농도를 어느 정도 줄이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대기 질 개선 10년 프로젝트의 또 다른 목표였던 이산화질소(NO₂) 농도는 거의 제자리걸음(34ppb→33ppb)을 하면서 목표(20ppb) 달성에 실패했다.

지난 10년간 수도권 대기 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수단이 동원됐다. 디젤차 배기가스의 환경 기준을 10년 새 열 배가량 강화했고, 매연 등을 많이 내뿜는 디젤차에 배출가스 저감장치(DPF 등) 부착을 의무화한 것이 대표적이다. 디젤차가 가솔린차보다 이산화질소 등 오존을 생성시키는 질소산화물(NOx)을 훨씬 더 많이 배출하는 특성을 감안한 조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존 농도가 껑충 뛴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요인을 꼽고 있다. 우선 중국의 영향이다.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김정수 소장은 "중국이 고도 경제성장을 하면서 자동차 등록 대수가 지난 10년 새 폭증했다"면서 "중국 현지에서 생성된 오존이 서해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로 건너온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 자동차 대수는 지난 2005년 3160만대에서 작년 1억5400만대로 무려 5배 가까이 늘었다.

물론 국내 요인도 있다. 지난 10년간 디젤차 환경 기준이 열 배가량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요인이 충분히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최근 세계적으로 문제가 된 폴크스바겐(VW)자동차그룹의 '배기가스 조작 장치'가 대표적 사례다.

대기 전문가 A씨는 "폴크스바겐뿐 아니라 국내외 제작사들이 시판해온 디젤차 대부분이 주행할 때 질소산화물을 과다하게 배출해 온 것은 (전문가 그룹에선)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도 오래전에 이런 사실을 파악했지만 산업 경쟁력 등을 이유로 제재를 미뤄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기가스 환경 기준을 대폭 강화해도 일단 인증 시험을 통과한 디젤차들이 주행하면서 질소산화물 등 배기가스를 과다 배출하는 경우가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것이다.

다른 관계자도 "사실상 국민 건강을 담보로 (정부가) 산업계의 편의를 봐준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디젤차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디젤차는 2005년 565만대에서 작년엔 794만대로 10년간 229만대나 증가했다.

주행 중인 디젤차에 대한 검사나 단속을 사실상 방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자동차 정밀 검사를 할 때 디젤차보다 질소산화물을 훨씬 덜 배출하는 가솔린차는 질소산화물을 얼마나 배출하는지 등 검사를 하고 있지만 디젤차는 정밀 검사와 정기 검사, 수시 검사 등 모든 검사 항목에서 질소산화물 항목이 제외돼 있다"고 말했다. 오존 농도를 낮추려면 이런 문제부터 먼저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