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업들 잇단 한국 증시 '노크'

해외 기업들이 잇따라 국내 증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할 경우 자국 증시에서보다 더 많은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중국 기업들은 자국 정부의 기업공개(IPO) 중단 정책에 따른 대안으로 한국 증시 상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투자자들로 봐서는 투자 대상이 다양해지는 셈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내에서 현지 기업 상태를 파악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말한다.

◇차이나크리스탈 다음 달 상장… 23개사 대기 중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재 국내 증권사와 상장 주관사 계약을 체결하고 IPO를 추진 중인 해외 기업은 총 23개다.

국가별로는 중국 기업이 가장 많다. 거래소 예비 심사를 통과해 다음 달 중 상장을 앞두고 있는 합성광물 생산 업체 차이나크리스탈신소재홀딩스를 비롯해 완구·콘텐츠 업체 헝셩그룹과 자동차 부품사 로스웰, 화장품 업체 하이촨약업 등 15개사가 중국 국적을 갖고 있다.

이 외에 영국 콘텐츠 업체인 콘텐트미디어가 지난달 초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했으며, PSI인터내셔널 등 미국 업체 4개와 인도네시아 업체 2개, 베트남 회사 1개 등 해외 업체 총 23개가 국내 증권사와 상장 주관 계약을 맺은 상태다.

◇국내 바이오 주식 중국의 3배 가치에 거래돼

증권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외 기업들이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상장한 주식이 기업 수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오 업종의 주가가 높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바이오 기업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은 55.5배로, 중국(18.9배)이나 미국(18.1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해외 증시에서 상장을 추진하던 회사가 우리나라로 방향을 튼 사례도 있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중국 바이오 업체 트리플엑스는 홍콩 증시에서 상장 승인까지 받았는데 한국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주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길 듣고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트리플엑스의 홍콩 내 기업 가치는 6000억원 수준이었으며 국내 증시에서의 예상 시가총액은 약 1조원이다.

중국 정부가 지난 7월 초 증시 폭락을 막기 위해 IPO를 전면 중단했던 것도 중국 기업의 국내 상장 바람에 한몫하고 있다.

당시 중국 증시가 급락하자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상장 예정 기업의 IPO를 일시 중단했으며, 현재까지 해당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내 IPO 중단 이후 중국 국적 기업 3개가 국내 증권사와 상장 주관 계약을 체결했고, 중국 기업의 국내 상장 검토·추진 사례는 현재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3개사 실사 중단… "제2의 고섬 사태 막아야"

일부 증시 전문가는 '제2의 고섬 사태'가 나타날 수도 있는 만큼 해외 기업의 상장 심사와 투자에 특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섬 사태란 중국계 기업인 중국고섬이 지난 2011년 1월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된 지 2개월 만에 회계부정 논란에 휩싸이며 2013년 상장폐지된 사건을 말한다. 이후 국내 증시에 상장을 추진하는 중국 기업들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국내 증권사와 상장 주관 계약을 맺은 해외 기업 중 일부는 실적 부진, 회계 시스템 불투명성 등으로 실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국내 증권사와 상장 주관 계약을 체결한 해외 기업 26개 중 3개에 대한 실사가 중단된 상태다. 필리핀 리조트업체 BXT와 미국 카탈리스트바이오, 중국 가구 업체 패션아츠의 기업 실사가 중단되며, 국내 증시 상장이 사실상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