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左右로 치고받는 '강적들', 대본대로 절대 안 하죠"

"의견에 옳고 그른 게 어딨나?"(이봉규)

"그래도 진실이란 건 하나!"(김갑수)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TV조선 '강적들' 출연자 대기실에서 시사평론가 김갑수와 이봉규는 인터뷰 도중에도 입씨름을 했다. 앵커 박종진이 "둘이 나가서 싸워"라고 나무라자 출연자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방송인 박은지는 "'강적들'에 합류하기 전 방송에서 두 사람이 싸우는 걸 보고 걱정 많이 했다. 한국에 이렇게 센 시사토크쇼가 있었나? 내가 이 방송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막상 해보니 이렇게 다투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정말 재밌다"고 했다.

2013년 10월 23일 첫 방송을 한 '강적들'은 이날 100회 차 방송 녹화를 했다. 1~99회까지의 평균 시청률은 2.512％. 정치·경제 위주의 시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란 점을 감안할 때 흥행에 성공한 셈이다. '시사예능'을 표방하는 이 프로는 뉴스에서 자주 다뤄진 현안이나 현재 한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근현대사의 사건을 주제로 삼는다. 100회 주제는 '2016년 미리 보는 총선'이다. 그동안 출연자 교체를 거쳐 지금은 박종진, 김갑수, 이봉규, 개그맨 이윤석, 손정혜 변호사, 박은지,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 등 7명으로 고정됐다. 제작진이 미리 대본을 만들지만, 김갑수는 "한 번도 대본대로 읽은 적이 없다"고 했다. "출연자들이 각자 아는 것을 덧붙여 다양한 견해를 내는 게 '강적들'의 힘"이란 얘기다.

저마다 역할도 다르다. 이윤석은 "김갑수와 이봉규는 시부모, 손정혜와 박은지는 각각 시누이와 며느리 같은 존재들이다. 나머지 남자들은 삼 형제 같다"고 했다. 박종진이 화두를 던지면, '좌뇌' 김갑수와 '우뇌' 이봉규가 서로 티격태격한다. 박은지는 시청자 입장에서 질문을 던지고, 이윤석은 중립적인 의견을 내면서 분위기를 정리한다. 이준석은 똑 부러지는 분석을 낼 때가 잦고, 손정혜는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견해를 제시한다. 손정혜는 "자주 회식하면서 평소 관심사와 생각을 나누는 덕에 방송에서도 상대가 무슨 의도를 갖고 이야기하는 건지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센 사람들이 모였지만, 서로 상처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이 꼽은 최고의 방송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그 일가를 다룬 64회 차(1월 28일 방송분)이다. 자체 최고 시청률(5.59％)을 기록했다. 지금껏 공개되지 않았던 육성 자료나 비화들이 공개됐고, 기업을 통해 한국 현대사를 조망하는 시선도 신선했다. 이준석은 "우연히 '강적들'을 접하고 1회부터 다 보시는 분이 꽤 많다. 100회까지 오면서 안 건드린 사건이 없고, 편향성 시비가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강적들' 100회 차 '2016년 미리 보는 총선'은 7일 오후 11시 방송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