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프'는 북적… 株價는 지지부진

내수 회복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유통업계 합동 할인행사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가 증시에서는 힘을 못 쓰고 있다. 정부와 유통업체들은 블랙프라이데이 행사 기간에 매출이 늘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영향력이 크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 커진 블프데이… 유통주는 부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는 장기화되고 있는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꺼내든 일제 할인 행사다. 10월 1일부터 2주간 진행되는 이 행사에는 국내 유통매장 2만7000여개가 참여한다. 참여 업체는 백화점부터 편의점, 온라인쇼핑몰까지 다양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에서 진행되는 할인 행사로는 최대 규모라고 홍보하고 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행사 첫주(10월 1~4일)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5% 증가했다고 밝혔고, 현대백화점(19.2%), 신세계백화점(35.3%)도 같은 기간 매출이 증가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작년부터 계속되는 내수 부진에 시달려온 유통업계로서는 가뭄의 단비 같은 상황이다.

하지만 주가는 지지부진하다. 행사가 진행 중인 10월 들어 신세계 주가는 1.1% 하락했고, 롯데쇼핑(-6.5%), 이마트(-2.8%), 현대홈쇼핑(-4.2%), 인터파크(-4.5%) 등 다른 대형 유통주는 오히려 하락했다. 유통업체들이 행사 규모와 할인율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6일 이후 주가 하락 폭이 더 커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블랙프라이데이가 소비 심리 개선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유통업체의 매출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행사 기간에 유통업체의 매출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는 나중에 회계기준으로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며 "유통업체들이 할인 행사 기간에 홍보하는 매출액 증가율과 실제 감사보고서에 기재되는 매출액 증가율 사이에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미국과 달리 유통업체가 재고 부담을 지지 않는 것도 한계다. 미국은 유통업체가 재고 부담을 진다. 행사 기간에 큰 폭의 할인율을 적용해 재고를 줄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에 한국 유통업체들은 재고 부담을 지지 않는 특약 매입 비중이 높다. 한 증권사의 유통담당 연구원은 "정부의 지시로 유통업체들이 행사에 참여하고 있지만 업계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어 미국처럼 큰 폭의 매출 증가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과 달리 국내 유통업체들이 연중 상시 할인 체제인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중국 관광객주도 주춤

국경절 연휴(10월 1~7일)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한국에 몰려왔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국경절 기간에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을 21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지난해(16만3530명)보다 5만여명 정도 늘어난 규모다.

하지만 증시에서는 중국 관광객 특수를 찾기 어려웠다. 중국 소비주로 꼽히는 화장품주와 밥솥주는 오히려 부진했다. 토니모리 주가가 10월 들어 12.3% 하락했고, 한국화장품 (-13.6%), 코스맥스(-9.9%) 등 화장품주들이 대부분 하락했다. 쿠첸(-6.8%), PN풍년(-3.5%) 같은 밥솥주도 하락했다. 쿠쿠전자만 소폭 올랐을 뿐이다.

◇소비 심리 개선이 관건… 실적 살펴야

유통주가 오르기 위해서는 소비 심리가 살아나야 한다. 추석을 전후로 유통업체 매출이 증가하는 등 소비 심리가 꿈틀대고 있지만, 부정적인 요인도 적지 않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중국의 소비 둔화 우려, 전세 부담금 가중과 가계부채 문제로 위축된 실질 소비력, 해외 직접구매와 병행수입 확대 등을 유통주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유통주 중에서도 실적이 좋아지는 업종이나 종목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차재헌 연구원은 "3분기 예상 실적은 음식료 업종이 유통 업종보다 좋은 편"이라며 "유통주 중에서는 하이마트가 실적이 좋아진 것으로 예상되고, 롯데쇼핑, CJ오쇼핑, 현대백화점 등은 컨센서스를 밑도는 실적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