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價 뛰자 '러·브 증시'도 다시 달린다

지난 7월 이후 원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약세를 보였던 원자재 수출 신흥국들의 증시가 최근 반등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늦춰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한풀 꺾인 데다, 세계 각국의 추가 양적 완화 가능성도 커지면서 원자재 가격이 강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원유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으로 중동의 정치적 불안이 커지면서 당분간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들의 증시가 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경기 침체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의 변수로 인해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가 반등에 러시아·브라질 증시 상승

지난 9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0.4% 상승한 배럴당 49.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 달간 상승률은 11%에 이른다.

국제유가는 지난 7월 이후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달러화 강세 등이 맞물리면서 크게 하락했다. 공급 과잉 우려까지 겹치며 8월 들어 WTI 선물가격은 배럴당 38달러 선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유럽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의 추가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면서 유가는 다시 반등하고 있다. 이달 들어 구리 선물가격이 5% 상승하는 등 경기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금속류 원자재 가격도 오름세다.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의 증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증시는 최근 열흘간 12.4% 상승했고, 브라질 증시도 최근 9일 연속 상승하면서 10% 넘게 뛰었다. 인도네시아와 멕시코도 이달 들어 증시가 반등하고 있다.

◇원자재 수출 신흥국 펀드 수익률도 '반짝'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들의 증시가 오르면서 이들 국가에 투자하는 금융상품의 수익률도 개선되고 있다. 12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브라질펀드의 최근 1주일간 평균 수익률은 9.2%를 기록했다. '신한BNPP봉쥬르브라질'이 10.1%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와 '산은삼바브라질'도 9% 넘는 수익을 거뒀다.

같은 기간 북미 증시에 투자하는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4%에 머물렀고, 유럽과 일본펀드도 5% 수준의 수익률을 보이며 브라질을 포함한 신흥국 투자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흐름 지속" 전망 많아

금융시장에서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하면서 원자재 가격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원유는 최근 공급 과잉에 대한 부담이 줄면서 가격이 꾸준히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6일 압달라 엘 바드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은 "올해 글로벌 석유 생산에 대한 투자가 지난해보다 22.4% 감소했다"면서 "1년 반에서 2년 안에 국제 석유시장의 수급이 다시 균형을 찾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최근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으로 중동의 정치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점도 원유의 가격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일각에선 여전히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포함한 금융시장 변수가 남아 있어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달러화 가치의 변동과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중국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원자재 가격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지난 2008년과 같이 'V자'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