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0.13 11:18

리뷰 | 오페라 어머이 아라리

 오페라 어머이 아라리

가슴이 답답해진다. 자리를 떠나고 싶다는 충동이 든다. '무슨 공연이 이렇게 사람의 가슴을 답답하게 하나' 하는 불편함과 불만이 지속되던 어느 순간에 무대는 서서히 밝은 빛이 내리기 시작하였다.

일제 강점기정선의 어느 마을 한 가정에서 한 명의 딸은 정신대로 끌려가고 한 명의 딸은 일본인과 결혼을 하여 해방이 되자 주위의 시선을 피하여 만삭의 배를 부여 안고 그들이 모르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야 하는 가슴 아픈 여인들의 이야기가 줄거리로 이어진다. 공연이 끝난 후 그 불편했던 감정은 그들의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었음을 깨닫는다. 국가가 책임져주지 못했던 약소국의 백성들이 짊어져야 했던 삶의 고통이었다. 신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고통을 주신다 하였으나 가장 연약하면서도 또한 가장 강인한 것이 인간이어서 그 삶이라도 살아내야만 하였던 그들의 시간들이 진하게 가슴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오페라 콘서트 '어머이 아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여 세종문화회관 대 강당 무대에 올려진 작품이다. “영화 속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들이 얼마든지 어디에선가 실제의 이야기로 우리 곁에 남겨지고 있습니다. 그랬다더라가 아닌 나라 없던 시절의 아픔을 이렇게라도 남겨, 나라사랑에 보탬이 되고 싶었습니다.” 라고 작곡가 한정임씨는 말하고 있다.

강하지 못한 약함은 자신의 삶에 어떤 방어의 능력도 지닐 수 없다. 더구나 국가와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는 개인의 싸움에서는 어떠한 반항도 할 수 없다. 내 목숨을 연명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나라를 선택한 아버지와 자식을 선택한 어머니가 살아내야 하는 슬픈 우리의 역사. 

'한국적 정서의 오페라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호기심이 생긴다. 민요는 오래전부터 민중들 사이에 불러지던 소박한 노래로 작사자 작곡자가 따로 없었다. 민중들의 생각과 생활과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민요로 불려지던 정선아리랑이 선택되어 관객들과 만나게 된 아라리에 담긴 슬픈 이야기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진실을 음악으로 전달한다.

가슴을 짓누르던 답답함은 정신대에서 살아내야 했던 그분들의 아픔이 무대의 여러 장치와 노래로 표현되고 있었던 것이다. 몇 십 분의 시간도 견디기 어려워지던 숨 막힘이 그네들에게는 일상의 이야기였으며 그 자리를 떠나고 싶어 하던 감정의 느낌은 그네들이 하루 24시간을 지속시키면서 소망하던 삶의 이어짐이었다. 그 길고 어두운 삶의 시간들을 견디어내고 우리 곁으로 돌아와 생명의 호흡을 이어가고 있는 정신대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뉴스나 방송으로만 보아왔던 오래전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가 진실로 함께 느끼고 아파해야 하는 공감의 시간으로 전달이 되고 있었다.

아픈 역사의 시간이 회한의 남겨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다시는 같은 아픔을 되풀이 하지 않아야 하는 교훈의 시간으로 남겨져야 할 것이다. 삶의 어느 순간에서도 나라가 지니고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기억해야 할 것이라는 극명함의 깨달음이었다.

조선일보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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