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수익률 4.8%… 그룹株 펀드 '기지개'

올 상반기 부진했던 그룹주 펀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국내 증시가 최근 한 달간 상승 흐름을 이어간 데다가 지난 7일 삼성전자의 3분기 '깜짝 실적(어닝서프라이즈)' 발표 이후 대형주의 실적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증권 전문가들은 최근 원화 약세로 수출 여건이 개선되면서 대형주가 당분간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다.

◇그룹주 펀드 한 달 수익률 4.8%

연초 이후 대부분 손실을 내던 주요 그룹주 펀드는 지난 한 달 사이 수익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 1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삼성그룹주를 포함한 6개 그룹주 펀드의 수익률은 4.8%를 기록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그룹주 펀드의 수익률은 5.4%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주 펀드와 현대그룹주 펀드도 각각 4.7%, 4.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3.2%)의 수익률보다 높았다. 반면 LG그룹주 펀드(2.7%)와 한화그룹주 펀드(2.2%) 등은 기대에 못 미쳤다.

삼성그룹 상장지수펀드(ETF)를 편입해 수익률의 2배로 움직이도록 설계한 '대신삼성그룹레버리지1.5[주식-파생]Class A'는 한 달 수익률이 10%를 웃돌았다. 같은 기간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자 1[주식](A)'는 6.5%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화재 등 삼성그룹 계열사 편입 비중이 높은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 2(주식)(A)'도 수익률 4.7%의 좋은 성과를 냈다. '대신GIANT현대차그룹 상장지수형[주식]'(6.3%)과 '한국투자현대차그룹리딩플러스 1(주식)(A)'(5.6%)도 선전했다.

그룹주 펀드의 수익률이 개선된 것은 상반기 중·소형주에 비해 소외됐던 대형주가 최근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대형주 업종 지수는 최근 한 달간 5.7% 상승해,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7%)을 웃돌았다.

◇삼성전자 '깜짝 실적' 대형주에 호재

대형주를 끌어올린 요인은 환율이었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지난 2분기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 2분기 1100원 수준이었던 환율은 3분기 1200원대까지 올랐다. 환율 효과에 힘입어 수출 비중이 큰 주요 대형주의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대형주의 주가 상승폭이 컸다.

삼성전자도 환율 효과 덕분에 올 3분기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영업이익이 7조3000억원이라는 잠정 실적을 내놓았는데, 이는 주요 증권사들이 예상했던 6조6000억원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이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의 순매수가 증가하면서 삼성전자는 8% 넘게 급등했다. 최근 두 달간 계단식 상승 흐름을 이어오던 국내 증시는 지난 7일 삼성전자가 기대 이상의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이후 두 달 만에 2000선을 돌파했다.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3~4분기 대형주의 실적이 좋아지고 수출 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결과는 3~4분기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연말까지 대형주 강세 전망

증권 전문가들은 투자 자금이 대형주로 몰리면서 연말까지 대형주가 중·소형주 대비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 경기 불안이 커지는 증시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정보통신(IT)·자동차·정유·화학·고배당주 등 대형주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고 설명했다.

수출 관련 업종에 대한 이익 전망치도 상향 조정되고 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4주간 이익 전망치가 개선된 업종은 수출 중심의 IT·가전·반도체·자동차·운송·하드웨어 업종"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대형주 가운데서도 조선·건설·철강 업종의 경우 추가적인 부실 발표 가능성이 있는 기업은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