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견 하향 기업 182개… 공통점은 실적부진

투자 의견은 기업에 대한 증권사의 평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투자 의견은 강력매수·매수·중립·매도·강력매도의 다섯 단계로 이뤄지는데, 투자 의견을 한 단계 낮추는 것은 증권사가 해당 기업에 대해 그만큼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증권사 보고서의 투자 의견 조정은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된다. 투자 의견이 하향 조정된 종목들은 대부분 실적이 부진했다. 조선주·게임주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투자 의견을 내렸다고 주가가 항상 약세를 보이지는 않았다.

◇투자 의견 하향 조정된 기업들…공통점은 실적 부진

조선비즈가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올해 1월부터 9월 말까지 증권사가 낸 투자 의견을 전수 조사한 결과,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한 종목은 총 182개였다. 이 가운데 5차례 이상 투자 의견이 하향 조정된 종목만 뽑아 보니 모두 16개였다.

이들 16개 종목의 공통점은 부진한 실적이었다. 투자 의견이 가장 많이 하향 조정된 종목은 삼성중공업으로 모두 19차례에 걸쳐 투자 의견이 하향 조정됐다. 올해 1월 12일 하이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증권사가 삼성중공업 투자 의견을 하향 조정했다. 다른 대형 조선사도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17차례에 걸쳐 투자 의견이 하향 조정됐고, 현대중공업도 6차례 하향 조정됐다. 조선사들은 올해 실적이 모두 좋지 않다. 올해 2분기에 이미 3조원대 적자를 냈던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에도 대규모 적자를 낸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도 적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도 올해 상반기에만 1조5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조선사 외에도 실적 부진 때문에 투자 의견이 하향 조정된 기업이 적지 않다. 조선·석유화학 관련 부품을 제작하는 성광벤드는 전방산업의 업황 악화로 타격을 입었다. 성광벤드는 일곱 차례에 걸쳐 투자 의견이 하향 조정됐다. 다섯 차례에 걸쳐 투자 의견이 하향 조정된 베이직하우스는 올해 2분기에 131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사업에서 '어닝 쇼크'(예상보다 부진한 실적)를 기록한 것이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다. 기아자동차도 러시아 수출 부진 등의 여파로 투자 의견이 다섯 차례 하향 조정됐다.

◇성장동력 못 찾은 게임주도 부진

모바일 게임주로 각광받던 게임빌과 컴투스, NHN엔터테인먼트도 투자 의견 하향 조정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게임주는 실적도 실적이지만 뚜렷한 신성장동력이 없다는 점이 한계다. 지난 8월 13일 게임빌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게임빌의 2분기 영업이익이 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89% 급감하는 등 실적이 매우 부진하다"면서 "실적을 끌어올릴 히트작이 나타날 때까지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컴투스도 비슷하다. 컴투스는 2분기에 403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실적은 게임빌보다 낫다. 하지만 출시한 지 1년이 지난 '서머너즈워'를 이을 새로운 신작 게임이 마땅치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NHN엔터테인먼트는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운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코의 성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다. 이동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NHN엔터테인먼트는 3분기에 25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해 증권사들의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페이코 관련 마케팅 비용 증가로 내년까지는 수익성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쇼핑은 복합적인 이유로 투자 의견이 하향 조정됐다. 롯데케미칼은 실적 측면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발목을 잡고 있다. 롯데쇼핑은 내수 부진으로 실적이 나쁜 상황에서 오너 리스크가 겹쳤다.

◇투자 의견과 주가 움직임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증권사의 투자 의견이 기업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잣대지만, 주가가 투자 의견대로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다. 실제로 투자 의견이 하향 조정된 16개 종목 중 6개 종목은 투자 의견 조정 이후 한 달 동안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