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살기 위해 '가족'이 된 난민, 서로를 끌어안다

22일 개봉하는 영화 '디판(Dheepan)'은 요즘 달아오른 유럽 난민(難民) 문제 속으로 관객의 등을 떠민다. 스리랑카를 떠나 프랑스로 건너간 디판(제수타산 안토니타산)과 아내 얄리니(칼리스와리 스리니바산), 딸 일라얄(클로딘 비나시탐비) 가족의 삶을 따라가는 이야기다. 과연 불행 끝 행복 시작일까.

모든 이야기에는 비밀이 있다. 내전(內戰)을 피해 망명하는 주인공은 브로커에게 디판이라는 남자의 신분증을 산다. 가족이라야 체류허가가 쉽게 나온다. 그는 처음 만난 여자와 소녀를 자기 가족인 양 꾸미고 프랑스 파리 외곽의 마을에 정착한다. 시민권을 따내려면 단란한 가족처럼 비쳐야 한다. '디판'은 이 가짜 가족을 보여주며 거꾸로 묻는 것 같다. 당신의 진짜 가족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디판은 아파트 관리인으로 취업하고 아내는 가정부 일자리를 얻는다. 일라얄은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배워 아빠·엄마에게 가르쳐준다. 이들은 "여기서 잘 살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는 기도와 함께 낯선 장소의 언어와 사람, 분위기에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웃음을 되찾는다. 그때 충격적인 사실과 맞닥뜨린다. 마약 밀매와 총질이 난무하는 곳에 정착한 것이다.

이 영화는 스리랑카의 과거와 프랑스의 현실을 겹쳐서 보여준다. 디판의 꿈에 등장하는 야자수와 파도 소리, 코끼리는 돌아갈 순 없지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의 상징이다. 집 밖에서는 밤마다 폭죽과 총성이 교묘하게 뒤섞인다.

난민이 도착한 곳이 꼭 살기 좋은 나라는 아니라고 감독은 말한다. 디판의 아내가 월급을 주는 프랑스인에게 "진짜 딸 아니에요. 남편도 전부 가짜예요"라고 모국어로 고백할 때 그는 무슨 뜻인지 몰라 그저 웃는다. 아빠의 진짜 마음이 가짜 딸과 꽃을 통해 가짜 엄마에게 전달되는 장면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디판을 연기한 배우는 실제로 스리랑카 타밀 반군으로 활동하다 망명한 난민 출신이다.

2015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그래서 기대한다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올해 경쟁작이 고만고만한 탓일 수도 있고 심사위원단이 정치에 기울었을 수도 있다. 물론 수준작이긴 하다. 하지만 '러스트 앤 본' '예언자'를 만든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대표작으로 남기에는 지극히 평범하다. 114분, 청소년 관람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