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사랑하는 자도, 하지 않는 자도… 모두 有罪

"짝을 못 찾게 될 경우 어떤 동물이 되고 싶은가요?"(호텔 매니저)

"랍스터(바닷가재)요. 랍스터는 100년 넘게 살아요. 제가 바다를 좋아하기도 하고요."(데이비드)

결혼 11년 만에 아내에게 버림받은 데이비드(콜린 패럴)가 호텔에 도착하면서 열리는 영화 '더 랍스터(The Lobster)'는 잘 빚은 농담 같다. 그 세계에서 독신은 불법이고 죄악이다. 짝이 없는 사람은 호텔에 격리돼 완벽한 커플이 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45일 안에 배우자를 구하지 못하면 체크인 할 때 선택한 동물로 변해버린다. 개가 되어버린 형과 함께 이곳에 온 데이비드는 사람으로 남기 위해 감정을 속이고 어떤 여자에게 다가가지만 금방 진실이 들통난다. 그는 외톨이들이 피신한 숲으로 도망친다.

한국 사회에서 1980년 4.8%에 그쳤던 1인 가구는 2012년 25.3%로 치솟았다. 2035년이 되면 이 수치가 35%에 이를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한다. '혼자 사는 삶'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독신이 용납되지 않는 가까운 미래를 상상하며 '더 랍스터'를 만들었다. 성인이 혼자 있으면 경찰이 불심검문을 한다. 짝이 있느냐 없느냐로 사람을 판가름하는 이분법, 우리가 정상(normal)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통렬한 풍자다.

허구의 세계를 레고 블록처럼 정교하게 쌓아 올렸다. 외형은 블랙 코미디, 속을 들추면 가슴 아픈 이야기다. 모든 용품을 제공한다면서 신발 사이즈 255는 없으니 250과 260 중에 하나를 고르라는 식이다. 취향이 비슷한 남녀가 커플로 맺어지는데 서로 다퉈서 사이가 위태로워지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아이를 배정해준다. 투숙객들은 매일 마취총을 들고 숲으로 가 외톨이들을 사냥한다. 한 명을 잡으면 체류가 하루 더 연장된다. 숲으로 달아난 데이비드는 '죽을 때까지 혼자여야 한다'는 지도자(레아 세이두)의 엄명을 어기고 자신처럼 근시(近視)인 여인(레이철 와이즈)과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카프카 소설 '변신'이 떠오르는 영화다. '더 랍스터'가 그린 세계는 괴물 같다. 독재에 대한 우화 '송곳니'(2009)로 충격을 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이번에도 시스템에 순응하길 거부한 인물을 클로즈업한다. 올해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는 현대인이 사로잡혀 있는 관계와 사랑에 대한 섬뜩한 아이러니를 담은 '더 랍스터'에 심사위원상을 안겼다.

우리는 고독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감정은 억지로 만드는 게 감추기보다 훨씬 더 어렵다. '더 랍스터'는 세상을 거꾸로 비추어서 바로 보게 하는 거울이다. 사랑에 시스템이 끼어들면 어떤 코미디가 벌어지는지 냉소적으로 보여준다. 별난 전제를 진지한 드라마로 뭉치는 솜씨, 그리스 비극 같은 엔딩을 향해 나아가는 맹렬한 속도를 경험할 수 있다. 29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