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보험 축내는 韓方… 같은 사고, 진료비는 5배

지난 7월 A보험사에 황당한 보험금 청구건이 접수됐다. 청구인은 생후 10개월의 자기 딸이 자동차 사고를 당해 뇌진탕 증세와 목 통증(경추염좌)이 있다면서 한방병원에 7일간 입원한 입원료와 진찰료 등 총 66만4410원을 청구했다. 진료비 세부항목에는 입원료와 식대 외에도 첩약 18일분(7만2270원), 침술(5만1760원), 추나요법(5만8840원), 구술(뜸치료·5610원), 부항술(4190원)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A보험사 관계자는 "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이에게 한약을 지어주고 부항을 떴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진료비를 지급했다"고 말했다.

자동차 사고를 당한 뒤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다며 보험사에 진료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매년 증가하는데, 이 중 상당수는 과잉 진료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방 진료비에 대한 비(非)급여 항목 비중이 높고, 산정 기준이 없는 항목이 많은 점 등이 한방 과잉 진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자동차 사고 치료비, 韓方이 양방의 5배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은 사고가 나면 병원에서 치료받고, 치료비는 병원에서 보험사로 직접 청구한다. 병원은 가입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한다. 최근에는 자동차 사고를 당한 뒤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을 찾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새누리당 문정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자동차보험에 청구된 한방 진료비는 639억8600만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16.5%를 차지했다. 진료비는 2014년 상반기 1256억5200만원(18.0%), 2014년 하반기 1441억6000만원(19.8%)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1680억400만원(22.4%)으로 늘었다.

문제는 청구되는 한방 진료비가 양방보다 훨씬 높거나, 병원이나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는 데 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이태진 교수가 지난 2013년 7월부터 2014년 6월까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심사한 자동차보험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다빈도 경상(빈번하게 청구되는 상위 3개의 가벼운 진료 항목)으로 한방 진료를 받고 진료비를 청구한 외래환자의 1인당 평균 비용은 51만2503원이었다. 같은 증상으로 양방에서 진료 받았을 때는 평균 9만5571원으로 5분의 1 수준이었다. 치료 기간의 경우, 한방 치료 기간은 외래의 경우 1인당 평균 9.14일이었고, 양방은 3.90일이었다.

한방 진료비 중 비급여 항목(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부분)은 진료비 편차가 9~33배까지 났다. 가령 첩약 비용으로 1만2010원을 청구한 곳이 있는가 하면, 이보다 9배 비싼 10만9214원을 청구한 곳도 있었다.

◇한방 진료비 검증에 구멍, 보험료 상승 요인

이 차이는 왜 발생할까. 자동차보험의 경우 심평원에서 진료비를 심사한다. 자동차보험의 한방 진료비는 약 47%가 비급여 항목이라 심평원에서 일일이 따져봐야 하는데 표준화된 지침이나 진료수가 산정 기준이 없어 대부분 그냥 지급한다. 가령 자동차보험에서 빈번하게 청구되는 한방 비급여 항목 중 첩약이나 물리요법 등에 대해서는 표준화된 투약 기간이나 시행 횟수가 정해져있지 않다. 심평원이 한방 진료비의 허위·과다 청구를 속속들이 알 수도 없고 제재 방법도 없다는 얘기다.

한방 진료비 허위 청구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사도 애를 먹지만, 더 큰 문제는 결과적으로 보험료 상승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전체 자동차보험 가입자에게 악영향을 미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대방 과실로 사고를 당할 경우 자기 보험료가 높아지지 않는다고 해서 과다 진료를 받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면서 "높아지는 보험금 지급액은 전체 보험 가입자의 보험료를 상승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한방 진료비에 대한 정확한 처방 기준과 진료수가 등이 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사고 보험 한방 진료비’ 관련 반론보도문

본지는 지난 10월 26일자 「車보험 축내는 韓方… 같은 사고, 진료비는 5배 (증상별 처방 등 기준 없어 보험가입자·병원 악용, 산정 기준이 없으니 같은 한방 의료기관끼리도 진료비 편차가 최대 33배)」 제하의 기사에서 한의의료기관이 자동차보험사고로 청구하는 비용이 많아 자동차보험금을 축내고 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대한한의사협회는 현행법상 한의의료기관의 자동차보험 청구는 보건복지부 고시와 국토교통부 고시에 의거한 산정기준이 있으며 보험심사를 위탁받은 심평원의 심사를 거쳐야만 보험사에서 의료기관이 청구한 진료비를 지급하게 되어 있어, 한의의료기관이 자동차보험 진료기준 없이 임의로 과잉진료하거나 진료비를 허위·과다 청구하여 자동차보험 재정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