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오름세에도… 항공·해운株는 '고전'

코스피지수가 2040을 넘어서는 등 최근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인하한 데 이어 유럽과 일본도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정보기술(IT)과 자동차, 화학 등 주요 수출회사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그러나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으로 꼽히는 항공사와 해운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 큰 폭으로 하락한 뒤 최근에도 별다른 상승세를 보이지 못한 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대형 항공회사는 저비용 항공사의 성장과 중국 관광객의 한국 항공기 이용 감소 등의 영향으로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회사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 들어 항공주·해운주 하락

28일 대한항공 주가는 전날보다 1.1%(350원) 하락한 3만1950원을 기록했다. 올해 초와 비교하면 32.7% 하락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말 7130원에서 이날 5010원으로 낮아졌다. 올 들어 29.7% 떨어졌다. 최근 증시가 전체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대표적인 항공주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이후 주가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항공주들은 지난해 10월 이후 올 4월까지 강세를 보였다. 배럴당 100달러 선을 웃돌던 국제 유가가 50달러 선까지 하락하면서 유류비 부담 감소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유가 상황에서도 실적이 기대만큼 호전되지 못한 데다, 6월 이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항공여객이 크게 줄면서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해운주 역시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올 들어 주가가 39.1% 하락했다. 한진해운과 대한해운도 각각 17.2%, 13.2% 떨어졌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초 대규모 양적 완화를 시행하는 등 각국이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글로벌 경기가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했고, 운임이 계속 하락하면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운임 하락에 타격

전문가들은 대형 항공사들의 주가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대형 항공사들의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국제선 여객 사업이 저비용 항공사들과의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국제선 여객 수송량 중 저비용 항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13.9%로, 지난해 11.5%보다 늘어났다.

대형 항공사들의 국제선 여객 사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 수요도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 중국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가치를 떨어뜨린 이후 원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 수가 과거처럼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해운주 역시 반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물동량이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해운사 간의 출혈경쟁으로 운임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에 대해 "올해 3분기 유럽과 미국 서부 지역 운임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45.8%, 30% 하락하면서 수익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면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저유가·해외여행 증가는 항공주에 긍정적"

대형 항공사들에 대해서는 해외여행 증가와 저유가 영향으로 장기적으로 주가가 반등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국내에서 해외로 나간 여행객 수는 143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2% 증가했다. 국제 유가도 27일(현지 시각) 서부텍사스산 원유가 배럴당 43.2달러를 기록하는 등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곽성환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다시 상승하기까지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항공사들의 유류비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국제선 출국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