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는 요즘, 해외 농산물뿐 아니라 해외 농업에 대한 이슈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우리의 선진 기술을 해외에 알리는 것은 물론 식량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는 유망 산업, 해외 농업에 대해 알아본다.
▲브라질에 진출한 돌나라통상의 농장 전경.
농업은 신에너지와 함께 전문가들이 꼽은 가장 유망한 미래 산업이다. 인구 밀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육류와 유제품 등 축산물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는 곧 사료로 쓰이는 곡물의 소비 또한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뜻한다. 또한 산업화로 인한 농지 면적 감소,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 GMO식품에 대한 우려 증폭 등으로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나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1960년대에는 36.2%에 달했지만 1995년에는 6%, 2014년에는 2.1%까지 떨어졌다. 도시가구 소득 대비 농가 소득은 1995년까지만 해도 95.7%였으나 2014년에는 61.5%로 집계됐으며, 2035년에는 41.2%까지 추락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는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출범, 미국을 비롯한 주요 농업 국가들과의 폭넓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캄보디아의 MH바이오에너지. 넓고 비옥하다.
이로 인해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끝도 없이 추락하고 있으며 특히 곡물자급률은 23%로, 현재 OECD(경제개발협력기구)에 가입한 34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주식인 쌀을 제외하면 자급률은 10%까지 떨어진다. 만약 세계 곡물 시장이 급변해 가격 파동이 일어나면 오일쇼크와는 비교도 안 되는 충격이 우리 경제에 몰아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에는 국내에 경작 가능한 농지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을 뿐 아니라 높은 인건비, 청년들의 탈농촌 현상, 수입 농산물 대비 가격 경쟁력 약화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
국내 귀농 예산으로 해외 농업 가능
▲러시아 연해주 서울사료의 작업 모습.
이러한 어려움을 타계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해외 농업이다. 해외 농업이란 말 그대로 우리 농업인과 기업이 해외로 진출, 현지에 농장을 개발하여 영농 활동을 하는 농장형·유통형 진출을 말한다. 얼핏 해외에서 농사를 짓는 것이 큰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국내에서 귀농하는 것과 비슷한 예산으로 해외 농업에 도전할 수 있다. 여기에, 같은 값으로 국내보다 훨씬 넓은 농장에 훨씬 저렴한 인건비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점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해외농업개발협력법은 해외 농업 자원의 안정적 확보와 국제협력을 통해 국민경제 및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으로, 2012년 1월 15일부터 시행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 법은 국제곡물 시장의 불안정성 확대에 대응하여 안정적인 해외 농·임산물 공급망을 확보하고 밀, 콩, 옥수수 등 주요 수입 곡물의 해외 생산 유통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 법을 근거로 해외 농업 개발 10개년 계획을 수립, 해외 농업 개발 진출 기업을 회원사로 해외농업개발협회(www.oads.or.kr)를 설립해 정보 수집ㆍ분석, 조사 연구, 인력 양성 등의 업무를 부여했다. 그 후, 민간 차원의 해외 농업 진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러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호주 등 세계 각지에 우리의 농업이 뻗어나가게 되었다.
▲캄보디아에서 열린 해외 농업 개발 영농전문가 양성 과정.
일찍이 일본에서는 1970년대부터 해외 농업에 관심을 갖고 정부 차원에서 민관협력을 통해 브라질의 세라도 지역을 개발해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개발 전 목초만 가득했던 황무지가 토양 개량 등을 통해 곡창지대로 변신했고, 브라질은 연간 4100만 톤의 대두를 생산하는 세계 2위의 생산국이 되었다. 또, 현지에 착유공장을 건설해 더욱 많은 고용기회가 창출되었고 일본은 안정적으로 곡물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해외농업개발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10월 현재 28개국에 163개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2021년까지 국내 곡물소비량의 10%인 195만 톤 확보를 목표로 밀, 콩, 옥수수 등을 경작하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연해주에 진출해 어려운 환경에서도 흑자를 기록해 해외 농업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철저한 준비와 정보 확보가 관건
▲서울사료에서 생산한 사료용 옥수수가 국내에 반입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해외 농업 역시 철저한 준비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자칫 실패로 끝나기 쉽다. 산지 수매율과 수출 환경, 해당 국가의 정책, 연계 산업 현황, 국민성과 문화까지 꼼꼼한 조사가 필요하다.
천신만고 끝에 현지에 안착해 훌륭한 농작물을 생산했다 해도 새로운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얼마나 제값을 받고 팔 수 있느냐’다. 초기 농장주들은 농장을 매입해 농작물을 생산하는 것에만 집중했다. 그러다 정작 추수철이 다가오면 유통 경로와 저장 시설을 확보하지 못해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팔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손해를 줄이려면 대량생산된 농산물을 현지에서 즉시 가공·처리할 수 있는 공장과 저장 시설 등 첨단 설비를 갖추어야 한다. 콩 농장 옆에 착유공장을 짓고, 밀 농장 옆에 제분공장을 짓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부가가치가 높아짐과 동시에 저장 및 유통 과정 또한 수월해진다. 이는 국내는 물론 세계 곡물 가격 협상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러시아 연해주 현대중공업 저장시설.
현재 정부에서는 해외 농업에 진출하는 영농인들을 위해 정보와 융자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한 상태다. 해외농업개발협회의 진기준 팀장은 “해외 농업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우리 농산업의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해외 농업 개발의 활성화가 중요하고, 민관협력과 함께 연관 산업의 동반 진출이 절실합니다”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해외 농업은 개인이나 기업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이다. 일본과 세라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현지 농업과 토지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등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가 크다. 나아가 해당 지역의 근본적 구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이므로 더욱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해외농업개발협회에서는 정기적으로 워크숍과 세미나를 열어 최신 정보를 공유한다.
해외 농업에 관심이 있다면 다양한 정보와 교육, 지원을 위해 설립된 해외농업개발협회의 문을 두드려보자. 김일환 부회장은 “해외 농업은 현지에 가기 전 가급적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해외농업개발협회에서는 해외에 진출하기 전에 꼭 필요한 정보, 기본 개념과 투자 여건 등을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해외 농업 개발 기초 소양교육과 해외 영농전문가 양성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외 농업 개발사업자를 위한 맞춤형 환경조사를 지원하고 주요 14개국에 해외통신원을 두어 최신 정보를 수집, 보고서를 제공하는 한편, 분기별로 <해외농업저널>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해외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할당관세로 수입할 수 있도록 추천하여 국내 반입 등에도 도움을 드리며, 현지 농업인들의 경험담을 생생히 들을 수 있는 세미나와 워크숍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라며 “현재 우리 농업의 현실과 시장 상황에 비추어볼 때 해외 농업은 상당히 비전이 있는 사업이며, 앞으로 해외 농업 개발 사업이 활성화되기 위해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과 사회적 관심이 필요합니다”라고 당부했다.
해외 농업 개발이 발전을 거듭하여 국내 영농인뿐 아니라 청년 농업인, 귀농을 준비하는 은퇴예정자 등 해외 농업의 새로운 얼굴들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