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면세점 추진" 공시에 株價 16배 뛴 곳도

증시에 해외 면세점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일부 상장사는 중국에 면세점 사업을 추진한다고 공시한 후 주가가 16배 이상 급등했다. 올해 주식시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테마인 면세점과 중국 사업, 그리고 투자 유치라는 3가지 재료가 합쳐지면서 해외 면세점 관련주에 개인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 수익률을 목표로 무턱대고 테마주에 편승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해외 면세점 테마주 급등

물류업체 뉴프라이드는 지난달 7일 자회사인 뉴프라이드코리아가 중국 하남광전송신탑관리유한공사와 면세점 개점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에 4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당시 1125원이던 뉴프라이드 주가는 이후 한 달 넘게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이달 16일 종가 기준으로 1만8450원까지 올랐다. 1540%나 상승한 것이다.

소프트웨어업체인 네오이녹스엔모크스는 지난 19일 중국에 유통 사업과 면세점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유통기업 엠케이인터내셔날코프와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공시 당일 네오이녹스엔모크스의 주가는 상한가로 치솟았다. 엠케이인터내셔날코프는 10여년간 중국 정부와 국영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유통기업이다. 네오이녹스엔모크스는 1455원이던 주가가 면세점 사업 진출을 발표한 이후 1950원으로 34% 올랐다.

블랙박스 제조업체인 아큐픽스는 지난 21일 해외 면세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연다고 공시했다. 아큐픽스는 공시 당일 1940원이던 주가가 29일 2445원으로 26% 올랐다.

해외 면세점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에 투자했던 상장사들도 주가가 뛰었다. 이아이디 주가는 뉴프라이드 면세점 진출 소식이 발표된 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169.7% 상승했다. 이아이디는 뉴프라이드 전환사채에 3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이아이디의 관계사인 이트론도 동반 상승했다. 이트론은 뉴프라이드가 중국 면세업 진출 발표 이후 주가가 189.5% 올랐다. 뉴프라이드가 지난 2일 발표한 유상증자에 제3배정자로 참여하기로 한 핫텍의 주가도 49.6% 상승했다.

◇한국거래소 '투자위험' 경보

한국거래소는 해외 면세점 테마주들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함에 따라 시장 경보 조치를 한 상태다. 한국거래소는 주가 상승 기간과 상승률에 따라 투자주의종목, 투자경고종목,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한다.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거래가 하루 동안 정지된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뉴프라이드는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됐다. 이아이디는 투자경고종목 지정을 받았다.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뉴프라이드는 현재 고점 대비 20% 내려간 상태다. 이아이디와 네오이녹스엔모크스도 고점 대비 각각 48%, 10% 하락했다.

◇"해외 면세 사업 성공 사례 없어" 지적도

전문가들은 해외 면세점 관련주 같은 테마주는 옥석을 가리는 것이 힘들다고 지적한다. 실적이나 성장성 등 기업의 기초체력과 실제 주가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분위기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도 많다. 해외 면세점 관련 기업은 대부분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나오지 않았고,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한 상태다.

예컨대 뉴프라이드가 면세점 개점을 추진 중인 중국 허난성 중원복탑 면세점은 1일 방문객이 1만명이다. 이 중 한국관은 3967㎡(약 1200평)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뉴프라이드는 중원복탑 면세점 한국관의 내년 목표 매출액을 6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국내 면세업계에서는 공항이 아닌 시내 면세점에서 그 정도 매출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하루 방문객이 1만명이 넘고 중원복탑 면세점 한국관 예정지의 3배 규모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 면세점의 연간 매출액은 5000억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명식 대신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 팀장은 "면세업은 일반 유통업과 달리 상품 재고를 떠안는 업종이기 때문에 MD(상품기획) 능력과 자본력을 갖춰야 성공할 수 있다"면서 "사업 역량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에 무작정 투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