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대한 캣츠비[RE:BOOT], 사랑밖에 모르는 순정남들의 이야기!

뜨거운 태양을 피해 그늘을 찾던 여름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따뜻한 햇볕이 그리워지는 가을이다. 가을은 사랑하기도 좋다. 깊어가는 가을 앞뒤 보지 않고 나만 생각하는 순정남들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RE:BOOT](이하 위대한 캣츠비)'가 11월 7일 관객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사랑하고 싶은 계절 뜨거운 사랑이야기를 기획한 문화아이콘의 정유란 대표를 만났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셨다고요? 먼저 축하해요. 출산 때문에 뮤지컬 진행의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감사합니다. 다행히 직원들이 많이 도와줘서 진행에 크게 문제는 없었어요. 출산하기 전날까지 출근 했었고요. 공백이 있긴 했지만 긴 편은 아니었어요.

문화아이콘이란 회사에 대해서 말씀해주시겠어요?

저희가 잡다하게 일을 많이 해요. 공연 기획 및 제작도 하고요. 플레이그라운드라는 복합문화공간도 운영하고 있어요. 초창기에는 공연을 시작하는 단계의 극단들에 많은 도움을 줬어요. 극장 대관에서부터 티켓팅, 홍보 및 홍보물 제작 등 처음 공연하는 극단들이 처리하기에는 힘든 일을 같이 도와줬죠. 그래서 '창단 공연 전문 기획팀'이란 별명을 얻기도 했어요.

이후 2009년에 제작한 어린이 뮤지컬 구름빵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됐어요. 유치원을 하시는 어머니 때문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익숙하거든요. 유치원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음악으로 하는데 교재의 80%를 김성균 선생님께서 작곡하셨어요. 선생님의 곡으로 뮤지컬을 만들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구름빵이란 동화책이 눈에 들어왔어요. 주크박스 컨셉으로 구름빵이란 뮤지컬을 제작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아직 공연하고 있어요.

어린이 뮤지컬이다 보니 아이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 같은데요?

구름빵은 아이들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는 싱어롱(sing along)뮤지컬이에요. 귀에 익숙한 동요들로 만들어져 있어서 대부분 따라 부르면서 공연을 감상하죠.

플레이그라운드라는 복합문화공간은 왜 운영을 하게 됐죠?

원래는 아티스트들이 자유롭게 활동을 하던 바(bar)를 겸하는 공간이었어요. 어릴 적에 저도 그곳을 이용하면서 컸었죠. 2007년 우연히 그곳을 지나가는데 임대 딱지가 붙어 있어서 연락을 해봤죠. 운영이 어려워서 그만하려고 한다고 하길래 저희가 인수했어요. 와인바로 운영하다가 문화 예술과 결합을 했어요. 파티를 열기도 하고 지식 포럼도 열고 인디 밴드 공연도 해요. 공연시장이 작잖아요. 그러다 보니 문화 예술 분야에 인프라를 늘리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해요.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거 에요. 뒤에서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러 가지 고민이 플레이그라운드에 들어 있어요.

평소에 웹툰을 즐겨 보세요?

사실 즐겨 보는 편은 아니에요.

그럼 위대한 캣츠비는 어떻게 뮤지컬로 만들 생각을 하신 거죠?

2004년 웹툰으로 연재할 당시 봤어요. 웹툰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닌데 제가 마침 본 작품이었죠. 웹툰이 등장하기 시작한 시기였는데 다른 오픈된 매체에 비해 다루기 어려운 이야기를 편하게 다룰 수 있는 역할을 했었거든요. 위대한 캣츠비가 그런 지점들을 적절하게 만났던 거 같아요. 지금은 세월이 흘러 막장스토리가 많아졌지만, 그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이고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판단을 했었죠.

웹툰 위대한 캣츠비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공감하지 못하는 여성분들이 많더라고요.

공연 만들면서 가장 많이 얘기했던 것이 여자 캐릭터와 마초적인 시선이었어요. 다뤄지고 있는 것들이 거칠어서 여자로서는 불편한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뮤지컬을 보시면 이런 불편한 느낌을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될 거라고 저 스스로 확신하고 있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이라는 것이 마냥 핑크빛이고 말랑말랑한 것이 아니잖아요. 원작자인 강도하 작가가 들여다보는 사랑은 굉장히 여러 가지 면에서 아픈 구석을 후벼 파거든요. 각자 여러 가지 사랑에 대한 기억이 있는데 위대한 캣츠비에서는 사랑을 겪어내면서 성장하는 청춘들을 보여주는 거로 생각하고 있어요.

웹툰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운두가 사랑하는 여자의 모습이 밝혀지는 장면인 거 같아요. 뮤지컬도 웹툰만큼 인상적인가요?

뮤지컬에서도 관객에게 밝혀지는 장면은 있어요.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장면이 정말 가슴이 아파요. 연습실에서 그 장면을 보고 눈물을 흘렸어요. 하운두의 사랑이 원작을 읽었을 때는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막상 뮤지컬 속의 하운두를 보니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얼마 전 쇼케이스(10월 27일)을 진행 하셨더라고요?

'아 이제 이만큼 했구나' 싶어요. 배우들 상태를 걱정했는데 무사히 마무리한 거 같아요. 넘버 25곡 중에서 12곡을 들려 드렸어요. 팀 전체가 긴장을 많이 했는데 넘버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배우들이 연습하면서도 곡이 잘 나와서 행복하게 연습을 했거든요. 그 부분이 잘 전달된 거 같아서 기뻐요.

어떤 생각이 드세요?

창작 뮤지컬을 하는 것이 굉장히 무모한 일이라는 얘길 많이 듣다 보니 '망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제일 많아요.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으신가 봐요?

네 그렇죠. 왜냐하면, 창작 뮤지컬들이 탄탄하게 버텨줘야 공연 시장도 커지거든요. 그래야 시장에 자본 유입률도 늘어나고 좋은 인력들도 들어오게 되죠. 그럼 점점 더 퀄러티 좋은 공연들이 많아지고 파이도 커지면 전체적으로 다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시기를 만나게 되는 거죠.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는 일반인들이 공연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보니 걱정이 많아요.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를 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요?

공연을 봐야 하는 이유는 공연이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이기 때문이잖아요. 여태까지 보셨던 작품과는 다른 작품이 나올 거 같아요. 기존 작품과는 다른 컬러감을 가졌어요.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를 보시면 진한 사랑을 맛볼 수 있을 거에요. 캐릭터마다 모두 다른 사랑 이야기를 다른 개성을 가지고 보여 드리고 있으니까요. 또 겨울과 잘 어울리는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을 보고 공연장을 빠져나올 때 눈이 내리면 감성적으로 충만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 공연을 보고 나서 추억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지금 하고 있는 사랑에 용기를 낼 수 있게 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뿐만 아니라 공연장을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작품을 통해 돈을 벌고 싶은 게 아니에요. 재공연을 통해 계속해서 생명력을 가진 작품을 만들고 싶은 거에요. 공연 하나를 잘 만들어서 무언가 많이 달라질 거로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나의 디딤돌이 되길 바라는 거죠. 저희가 어린이 뮤지컬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도 그런 이유 중의 하나예요. 미래의 관객을 키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도 관객 교육이 필요하거든요. 그래야 좋은 관객들이 만들어지고 좋은 관객이 많아져야 제작자들도 자극을 받아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요. 상호작용이 일어나 서로 좋은 영향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 공연분야가 성장하려면 멀었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해야죠. 짧은 호흡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 해요. 관객들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고 국가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고 제작자들은 여러 가지 고민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