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1.03 10:44

‘현재(지금)’라고 쓰는 순간 벌써 시간은 흘러가 현재(지금)가 아닌 다른 현재(지금)가 되어 있다. 그러면 우리는 과연 어느 시간에 살고 있는 것일까? 시간의 흐름을 크게 구분하면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할 수 있다. 전제된 이야기대로 한다면 과거와 미래는 있으나 현재는 없는 것이 된다. 그러나 현재가 지나면 과거가 되고 현재의 다음 시간이 미래라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주는 현재(지금)라는 시간은 한없이 소중한 것이 된다. 순간 순간 없어지는 시간, 현재(지금)의 의미를 찾아 떠나 보자.


과거는 현재의 뿌리, 미래는 현재의 열매

없는 듯 있고, 있는 듯 없어져버리는, 행동하는 순간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식물의 뿌리가 그 식물의 현재를 지탱해주고 양분을 뽑아올려 키우듯, 나의 과거들은 현재의 뿌리가 되고, 또한 나의 미래는 현재의 열매가 되므로 이 시간 이 순간의 일거수 일투족(一擧手 一投足)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되는 것이며, 결국 ‘현재(지금)’ 내가 하는 일들이 내 소중한 삶의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 귀한 ‘금’ 이 셋 있는데, 황금, 소금, 지금 이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순금과 소금의 귀중한 것에 비해 ‘지금’이라는 낱말이 들어간 것이 흥미롭다. ‘황금’은 이 세상에 있는 물건 중 가장 귀한 것임이 틀림없고, 소금이 없다면 음식을 먹을 수 없어 생명을 부지할 수 없으니 소금 또한 귀하고도 귀하다.

그렇다면 그 귀중한 것들에 ‘지금’이 들어간 뜻은 무엇일까? 대학 강의실에서 어느 교수가 “만약 당신이 사흘 후에 죽는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싶은가?” 를 물었다. 학생들은 각기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말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 들은 후, 교수는 이렇게 썼다. ‘Do it now’ 죽음이 닥칠 때까지 그 일들을 미루지 말고 ‘지금’ 곧 하세요. 참으로 묘한 게 인간지사(人間之事이)이다. 미리미리 계획하고 실천하면 될 것도, 안 하고 지난 후에 후회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으니 말이다.

[시니어 에세이] 흐르는 시간 속의 ‘현재(지금)’

나이가 70대 중반을 넘으니, 일에 대한 조급증이 더욱 많아진다. 정년 퇴직 후 60대 중반에 대학에서 사회복지 공부를 하면서 작정한 일들을 보고서로 쓴 일이 있다. 태어난 후 5년 단위로 한 일, 일어난 일들, 앞으로 할 일들을 적는 것이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입학한 사람은 지나온 날이 짧고 앞날이 창창하기에 망망한 대해를 항해하듯 꿈에 부풀어 눈을 감고 찬란한 앞날을 그리는 듯 하다. 그러나 나 같은 경우 정말 꼭 하여야 할 일, 실현 가능한 일을 찾기 위하여 고심하게 되었다. 앞날이 얼마 남지 않는 것이 명확한 사실이고, 짧을 수 밖에 없는 기간에 그만큼 소중한 일들, ‘지금’ 꼭 하지 않으면 안 될 일들을 찾아야 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정되어진 일 중 중요한 것이 전공을 살려 노인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하는 일이었다. 교직과 교회생활에서 익힌 노하우도 한몫 하리란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짜 계속 노인복지 현장을 찾았다. 근래에 와서 프로그램 내용을 만들기 어려워 고심하던 중, 인터넷의 동영상들이 눈에 띄었다. 영화서부터 노래, 춤, 웃음거리, 마술, 곡예, 자연 풍경, 연설, 간증 등 500 여 개의 자료가 모아졌다. 이 보물 자료들을 정리하여 1회 분으로 10~12종목, 1시간 반 가량 분량을 텔레비전 화면을 통하여 큰 화면으로 보여드리니, 복지시설의 노인들께서 좋아들 하셨다. 

‘너는 무엇을 하였나? 무엇을 하고 있나? 무엇을 할 것인가?’ 다시 나에게 물어본다. ‘지금’ 이 시간, 이 소중한 시간에 무엇을 하려는가? 무엇을 하고 있나? 지나가면 붙잡지 못하는 ‘지금’ 이라는 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기 위하여 일어나라, 움직여라, 하고, 채근해 본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일 들, 계획되어진 일들이 있을 게다. 미루지 말고 ‘지금’ 곧 하라고 나를 포함해 모두에게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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