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은 한국문화재에 대한 깊은 애정과 뛰어난 안목으로 그 아름다움을 찾고 보존하는 데 일생을 바쳤던 혜곡이 1976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살던 집이다. 전 국립박물관장이자 미술사학자인 그는 대표적인 명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로 대중들에게 친숙하다. 그는 옛집에서 이 책과 '나는 내 것이 아름답다'와 같은 글을 집필했다. 곳곳에 놓인 목가구와 도자기가 혜곡의 안목과 자취를 짐작게 한다.
혜곡이 작고한 후 성북동 빌라 건축 붐 때문에 보존 환경이 어려워지자, (사)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2002년 12월 시민 성금으로 매입했다. 보수·복원을 거친 뒤 2004년 4월부터 일반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현재 문패는 '혜곡 최순우 기념관'으로 안채, 대청과 사랑방에 최순우 선생의 유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일반에 개방하면서 문화유산의 전문적인 관리와 운영, 모금을 위하여 (재)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이 설립되어 최순우 옛집은 이 재단법인의 기본자산으로 출연되고 내셔널트러스트 시민문화유산 1호로 불리고 있다. 2006년 대한민국의 등록문화재 제268호로 지정됐다. 2002년 당시 7억8000만원에 팔린 이 집의 보수 비용으로 2억원이 들었다고 한다.
이곳을 찾기 가장 좋은 봄과 가을에는 시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특별 전시회가 개최된다. 이번 달 28일에 끝나는 '구본창·이승희 조선백자의 혼을 담다' 전시에서는 백자에 담긴 정신과 형태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오롯이 담은 구본창의 작품 15점과 독자적인 평면 도자로 주목받고 있는 도예가 이승희의 작품 10점이 소개된다. 전시하는 작품은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최순우 옛집을 보전하는 데 쓰인다.
혜곡은 뒤뜰 가운데에 하얀 달항아리를 놓고 그 뒤에는 청죽을 심어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은 모습을 감상했다고 한다. 혜곡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백자의 빛깔을 가리켜 "쌀쌀스럽지도 훗훗하지도 않은 다정한 흰빛"이라고 했다. 그가 살았던 옛집 역시 '쌀쌀하지도 훗훗하지도 않지만' 퍽 다정한 빛을 띠고 있다.
▲관람 기간·시간 : 4월 1일 ~ 11월 31일(12월부터 3월까지는 겨울 정기휴관),매주 화요일 ~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위치 :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126-20
국민이 스스로 지키고 가꾸는 우리 자연문화유산
내셔널 트러스트란
‘최순우 옛집’은 내셔널 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으로 지켜낸 ‘시민문화유산 1호’다. 내셔널 트러스트는 국민이 자금을 모아 자연 환경이나 사적(史跡) 따위를 사들여서 보존하는 제도이다. 운동의 뿌리는 1895년 내셔널 트러스트를 처음 시작한 영국.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해 2000년 1월에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발족했다.
2002년 4월 한국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은 이 운동이 시작된 후 처음으로 멸종 위기 식물인 매화마름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인천 강화군 길상면 초지리의 농지 912평을 4800만원에 매입했다. 이후 서울의 고(故) 최순우 국립박물관장 옛집을 매입, 복원하여 ‘시민문화유산 제1호’라는 별칭을 얻은 바 있다. 이 밖에도 2004년 6월엔 남한강 상류의 동강 보전을 위해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제장마을의 땅 5200평을 매입했다.
이 밖에도 ▲나주 도래마을 옛집 ▲권진규 아틀리에(서울) ▲연천 DMZ 일원 임야 ▲원흥 방죽 두꺼비 서식지 ▲내성천 범람원 등이 내셔널 트러스트로 지정됐다. 권진규 아틀리에의 경우 국내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에서 문화유산이 기증으로 보존된 첫 번째 사례이다. 살림채는 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에게 작업 공간으로 제공하며, 최순우 옛집과 마찬가지로 정기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기부·기증 및 자세한 내용은 www.nationaltrust.or.kr 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