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떠나 타지 및 타국 생활을 합쳐 3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과거와 달리 요즘은 교통이 발달하여 마음만 먹으면 하루 만에도 갔다 올 수 있는 거리임에도 고향 가는 길은 그리 녹록지 않은 것 같다. 1년에 큰 명절을 끼고 두,세번 정도 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인지 한 번씩 가는 고향길이 더 설렘을 주는 것은 오히려 장점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주 가면 그런 설렘은 느낄 수 없을 테니…. 차를 몰고 고향길을 가다 보면 가끔 몇 개의 큰 다리를 건너면서 가야 한다. 다리를 지나칠 때마다 큰 강물을 바라라면 보면 왠지 가슴이 차분해 짐을 느낀다. 강줄기는 항상 평온하게 잔잔하게 자기만의 갈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강물은 눈에 보이는 것과 그 강물 밑으로 흐르는 물속과는 차이가 크다. 그것은 조그마한 배를 띄워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그래서 그 강물이 흐르는 이치에 맞게 즉,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처럼 배도 강물의 흐름과 마찬가지로 위에서 아래로 저어갈 때 배를 안전하고 쉽게 저어 갈 수 있다. 만약 누군가 그러한 이치를 알고 있음에도 자기만의 생각으로 강물을 거슬러 아래에서 위로 배를 저어 갈려고 한다면 현재의 노력보다 두 배 아니 세 배 혹은 그 이상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노력을 하더라도 강물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을 못할 것이다.
이것이 우리네 인생과 같은 이치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 물줄기에 맞서서 나만의 한정된 지식과 생각으로 삶의 방식을 판단하여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 갈려고 할 때 현재보다 수배 아니 수십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 중년, 아니 노년의 가장으로서 어떤 판단이 흐르는 강줄기에 몸을 맡기는 것인지 때로는 많이 헷갈리곤 한다. 어느 정도 인생을 살 만큼 살았다고 자부하는데 이런 결정의 순간에는 여전히 인생 경험이 부족한지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음을 많이 느낀다.
흐르는 강줄기에 내 몸을 맡기는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사전에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또한 많은 사람의 조언과 대화가 필요하다. 혼자만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내린 결정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판단의 오류를 쉽게 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역시나 현실은 혼자만이 살아갈 수 없는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중년의 나이를 살아온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는 삶의 현실이라 생각한다.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는 사람끼리 서로 간에 많은 대화와 조언을 통해 강물에 내 몸을 맡기는 즉 대세에 따른 삶을 선택해서 나와 내 가족의 삶이 더욱 즐겁고 행복한 삶을 영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