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배터리·화장품 '新수출주 삼총사' 떴다

그동안 한국 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대형 수출 기업의 주가가 부진한 사이, 제약·전기차·화장품 업종이 '신(新)수출주'로 부각되며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제약 업종은 최근 연이은 신약 개발과 수출 소식이 나오면서 주가가 상승했고,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사들도 각국의 친환경 정책으로 판매량이 계속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 수출주로 꼽히는 화장품 회사 주가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반면 반도체와 조선, 철강 등 기존의 대형 수출업체들은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국제시장에서의 경쟁은 심화하고 있어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조선·철강·반도체 주가 하락

9일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전날보다 2.4%(160원) 내린 6420원을 기록, 최근 나흘 연속 하락했다. 최근 두 달간 하락률은 12.1%에 이른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두 달간 각각 3.1%, 1.2% 내렸다.

조선사들은 저유가 상태가 1년 넘게 이어지면서 해양플랜트 발주량이 줄어 실적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이기지 못한 대형 해운사들이 선박 주문을 취소하면서 상선 부문의 수익도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우조선해양에 추가로 주문하려했던 컨테이너선 6척의 건조 계획을 취소했다.

반도체와 철강 등 다른 수출 기업 역시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최근 두 달간 주가가 13.1% 떨어졌다. 포스코도 중국의 수출 경기 둔화로 철강 공급 과잉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면서 두 달 동안 8.5% 하락했다.

◇제약·전기차 배터리·화장품 주가는 상승

전통적인 수출 업종들의 주가가 부진한 반면 제약·바이오 업종은 최근 잇따른 신약 기술 수출 소식이 나오면서 주가가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5일 프랑스 제약사인 사노피와 4조8000억원 규모의 당뇨 신약 수출 계약을 체결한 후 이틀간 주가가 50.6% 급등했다. 한미약품은 9일에도 미국 얀센과 1조원 규모의 당뇨·비만 치료제 기술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판매 중인 항생제 '시벡스트로'의 판매 증가로 로열티 수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에 최근 두 달간 22.5% 뛰었다. 유한양행도 세계 원료의약품 성장으로 수출 증가 가능성이 커지면서 17.6% 상승했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제조하는 업체들도 새로운 수출주로 부각되며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지난 9월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파문 이후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비중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과 삼성SDI는 최근 두 달간 20%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이 밖에 화장품 관련주 역시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두 달간 각각 12.8%, 6.2% 올랐다.

◇"달러화 강세로 자동차·IT 주가 반등" 전망도

일부에서는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어 자동차를 비롯한 대형 수출주들이 환율 효과로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윤영교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이후 미국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내년까지 자동차와 IT(정보기술) 등 수출 비중이 높은 대형주 중심으로 투자하는 전략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