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오후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하여 찾아낸 방법이 영화 관람이었다. ‘시니어들은 꼭 보셨으면 합니다.’라는 어느 강사님의 권유로 선택한 영화 <인턴>은 낸시 마이어스의 작품이다. 명품으로 치장한 젊은 앤 해서웨이(줄시)와 멋진 할아버지 로버트 드니로(벤)의 감성연기가 가슴을 따스하게 하는 영화로 나 역시 시니어라면 꼭 한 번은 보아야 하는 영화의 1순위로 안내하고 싶어진다.
18개월 만에 20여 명의 직원에서 200여 명의 직원으로 키워 낸 워킹 맘 줄시는 인턴제도가 대학 졸업반 학생들이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을 지니고 있었다. 나 역시 영화제목만으로 줄시와 같은 생각을 하였고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영화이다.
40여 년의 시간을 직장생활 후 부사장 직함으로 은퇴한 벤. 벤은 오랜 직장생활의 경험으로 자유롭기 그지없는 홈 쇼핑 패션의 인턴이지만 완벽한 정장 차림으로 전혀 표정의 변화가 없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시니어라는 단어에 할아버지의 이미지를 연결하는 회사대표 줄시는 난색을 표현하지만, 어느 순간 젠틀한 할아버지 벤은 회사의 젊은 직원들의 일상에서 매우 중요한 키다리 아저씨가 되어가고 있었다. 70여 년의 시간을 살아온 벤의 통찰력과 인내와 감성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의 줄시가 지니고 있는 내면의 아픔을 알게 되면서 그녀에게도 의지하고 싶은 멋진 키다리 아저씨로 변신을 한다.
꽃 할아버지 로버트 드니로는 모든 젊은 세대가 원하는 노년의 모습이지만 시니어인 나 역시 꼭 한번 만나고 싶은 이상형의 노신사 모습이었다. 그 이유를 꼽아보면 사별한 홀아비로 아직도 아내를 그리워하는 감성 200%의 남자이지만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 상대방의 요구를 먼저 느끼고 챙겨주는 남자이다. 수많은 의상을 넣어두는 드레스 룸을 지니고 있으면서 손수건은 꼭 챙겨서 다니는 클래식한 남성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손수건은 여성이 울 때 빌려주는 용도라 하는 다소 바람기 있는 남자의 표현 같지만 벤의 행동은 철저하게 이성적이면서 따스하다. 줄시의 의지하고 싶은 응석에도 따스한 감성으로 움직여서 더욱더 의지하고 싶은 매력을 지니게 한다.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이상형으로 훌륭한 노년의 모습을 지니고 있다.
자신의 전 직장이었던 명함회사가 사양길에 들어서면서 자신이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그 건물의 사무실에서 인턴 역할을 시작하지만, 그는 일이 주어진 사실에 최선을 다한다. 스마트폰의 시대에서 무용지물이 된 명함회사는 넨의 은퇴와 연결이 되는 복선이다. 아날로그 세대의 우리에겐 귀한 가치로 남겨지는 명함 속의 이름들이 폐기처분 되어야 하는 시대적인 유물로서가 아닌 살아온 자신의 자산으로 남겨지는 가치로서 소중한 우리들의 시간인 것처럼 벤 역시 인턴으로 들어간 회사에서 소중한 가치의 역할을 하게 된다.
노인 한 명이 사라지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진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이다. 노년의 멋진 꽃 할아버지 벤에게서 받아 온 따스한 감성이 즐거운 엔도르핀을 생성시키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 모두가 소망하는 닮고 싶은 노년의 모습으로…. 그런데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나 잘 늙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