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 인상說… 신흥국 증시 '출렁'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신흥국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12월에 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지난 10월 29일 이후 신흥국 증시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신흥국 증시는 당분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10월 FOMC 회의 이후 인도 주가지수 4% 하락

FOMC의 10월 회의 이후 전 세계 42개 증시의 주가지수(10일 기준)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모두 21개 증시에서 주가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주가지수 하락폭이 컸다. 인도 주가지수는 10월 29일 2만6838.14에서 11월 10일 2만5743.26으로 4% 하락했다. 필리핀 주가지수는 같은 기간 7189.25에서 7000.11로 2.6% 하락했다.

한국 코스닥지수(-4.9%), 코스피지수(-1.8%), 폴란드(-1.4%), 페루(-1.1%), 칠레(-0.7%) 등 다른 신흥국 주가지수도 부진했다.

지난달 27~28일 열린 미국 FOMC는 성명서를 통해 "다음(12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이 적절한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FOMC가 기준금리 인상 논의 시점을 못 박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때문에 12월 15~16일 열릴 예정인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왔다.

지난 6일(현지 시각)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가 대폭 개선된 것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달 미국 비(非)농업 분야 신규 일자리 수는 27만1000개로 전문가 예상치(18만4000개)를 훌쩍 뛰어넘었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미국 채권 가치가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에 풀렸던 막대한 투자금이 미국으로 몰린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위험한 신흥국에 투자됐던 돈부터 빠져나가, 신흥국 주식시장이 큰 타격을 받는다. 또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 해당 국가의 화폐가치도 떨어져 자금 유출이 가속화할 수 있다.

◇신흥국 증시 투자금 유출

글로벌 투자 자금도 신흥국 증시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미국 FOMC 회의 직후인 10월 29일부터 11월 4일까지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11억860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같은 기간 선진국 주식시장에는 31억430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신흥국 주식시장에서 돈이 순유출된 것은 3주 만이다. 10월 8~14일 기간에는 미국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흥국 증시에 반짝 투자금이 몰렸지만, 3주 만에 다시 순유출로 돌아선 것이다.

이지현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 세계 주식시장에 들어오는 자금 규모가 많이 줄었다"며 "신흥국이 경제 기초체력(펀더멘털) 개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경기가 뚜렷하게 반등하기 전까지는 신흥국 증시에서 돈이 계속 빠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 증시 전망은 엇갈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하기 전까지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가 계속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이 다른 신흥국보다는 경제의 기초체력이 튼튼하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기초체력과는 무관한 이벤트"라며 "기초체력이 좋은 신흥국이라도 단기적으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악재 해소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신흥국 증시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으나, 이미 지난 3년간 많은 자금이 빠져나간 상태"라며 "기준금리 인상은 신흥국 증시를 억누르던 악재가 해소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신흥국 증시 전망이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