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투어 | ② 시코쿠 가가와(香川)현] 사누키 우동의 원조 가가와(香川)현, 순례길 걷기

입력 : 2015.11.13 09:49

시코쿠(四國) 가가와(香川)현

앞서도 얘기했듯이 일본열도 핵심 4개의 섬 중 가장 작은 시코쿠는 가가와, 도쿠시마, 에히메, 고치 4개 현(県)으로 이루어졌는데, 섬 외곽을 반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돌면서 모두 88개의 사찰을 이어가며 순례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동양의 산티아고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이는 1,200년 전 일본 불교 진언종의 창시자 '구카이(空海) 스님 (또는 코도(弘法) 대사라고 부름)’이 시코쿠 해안을 따라 걸으며 수행한 것이 시초가 되어 요즘 연간 15만 명 남짓한 순례자들이 모두 1,200Km에 달하는 순례길을 걷고 있는 곳이다.

순례는 도보로 걸어서 가거나 또는 자전거, 승용차 등 다양한 수단을 이용하여 걷는데 저마다 진지함으로 자신의 지나온 인생길을 뒤돌아보면서 자신을 성찰하고 다짐하는 마음가짐으로 한번에 4~50일을 걷기도 하고 또는 구간별로 나누어 걷기도 한다고 한다. 자기 능력에 따라 여러 번으로 '끊어 돌기'를 하거나 1번 이상 순례를 마친 사람이 다시 돌 때는 '거꾸로 돌기'를 하기도 한다.

그중 우리가 머물었던 가가와(香川)현은 '면(麵)의 왕국'이라 불릴 정도로 우동으로 유명한 곳인데 우리가 흔히 사누키 우동이라고 부르는 것이 가가와의 옛 이름 사누키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얼마나 우동이 보편적이고 이름난 곳인지 알 수 있으며 심지어 2011년에는 우동을 앞세워 가가와현 알리기 프로젝트에서 '우동(うどん)県'이라고 개편하여 화제를 일으키기도 한 곳이다.

그래서 하루는 시간을 내어 순례길을 잠시 경험해보고 사누키 우동 맛을 보기로 했다. 가가와 현은 시코쿠 4개 현(県) 중에서 가장 작은 곳이지만 모두 88개 순례길 사찰 중에서 23개가 몰려 있는 곳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중 총본산인 선통사(善通寺, 젠쓰지)까지 JR 열차 편으로 이동해서 본 절을 먼저 답사하고 가까운 곳까지 한 구간이라도 실제로 걸어보기로 하였다. 다카마쓰(高松)역에서 차표를 끊고 우리나라 전철과 비슷하게 생긴 열차를 탔다. 88개 순례사찰 중 총본산인 선통사(善通寺, 젠쓰지)는 선통사시(善通寺市)에 있었다. 워낙 유명해서 아예 市 이름을 바꾼 건가?

▲다카마쓰역에서 JR 열차를 타고 한 시간여 달려 도착한 젠쓰지역.
▲다카마쓰역에서 JR 열차를 타고 한 시간여 달려 도착한 젠쓰지역.
▲역에서부터 몇 블록을 걸어가야 선통사에 도착하는데 중간에 '선통사 교회'를 만났다. 일본에서 교회는 참 낯설고 드문 일이다.
▲역에서부터 몇 블록을 걸어가야 선통사에 도착하는데 중간에 '선통사 교회'를 만났다. 일본에서 교회는 참 낯설고 드문 일이다.
▲학교를 마쳤는지 여럿이 자전거로 하교하는 여학생들을 만났다. 교복 차림에 전원 헬멧을 쓴 모습이 눈길을 끈다.
▲학교를 마쳤는지 여럿이 자전거로 하교하는 여학생들을 만났다. 교복 차림에 전원 헬멧을 쓴 모습이 눈길을 끈다.
사누키 우동

이곳저곳 구경하며 가다가 뜻하지 않게 우동집을 만났다. 그래 금강산도 식후경인데 우동 먼저 먹자. 사누키(讚岐) 우동(うどん)이 유명한 이유는 쫄깃한 면발, 저렴한 가격 그리고 골라 먹는 재미에 있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사누키 우동은 입안에서 끊고 씹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우동줄기 그대로 목젖을 타고 주르륵 넘겨야 한다고 우기는 사람도 있다.

현지 멸치와 가다랑어포로 우려낸 국물의 탁월한 맛에 착한 가격까지 더해지니 인기가 만점인 데다가 우동의 종류가 다양함은 물론 각종 튀김이나 고명 등 여러 가지 토핑을 각자 원하는 대로 얹어서 먹는 방식까지 있어 흥미를 더하는 그야말로 우동중의 우동이다.

시코쿠 가가와현에서는 우동을 먹으러 다니는 자동차 투어로 '우동 택시'와 '우동 버스'도 운영한다고 하며 '우동 패스포트'를 만들어서 관광객들로 하여금 현(県) 내의 여러 점포에서 스탬프를 받거나 경품을 받게끔 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냥 자유여행으로 나선 일정에서 예정 없이 우동 가게를 만났지만 일단 들어가 보기로 했다.
▲젠쓰지 시내에서 만난 우동집, 일반 점포가 아니라 제면소 타입의 우동 가게였다.
▲젠쓰지 시내에서 만난 우동집, 일반 점포가 아니라 제면소 타입의 우동 가게였다.
▲메뉴 표가 밖에 붙어 있었는데 비교적 착한 가격이어서 마음이 놓였다.
▲메뉴 표가 밖에 붙어 있었는데 비교적 착한 가격이어서 마음이 놓였다.
▲몇 가지 우동중에서 본인이 희망하는 것을 고른 후 기본 국수만 들고 자기 취향대로 토핑하는데 종류별로 요금이 추가된다.
▲몇 가지 우동중에서 본인이 희망하는 것을 고른 후 기본 국수만 들고 자기 취향대로 토핑하는데 종류별로 요금이 추가된다.
▲우동 그릇을 들고 토핑을 고르는 모습.
▲우동 그릇을 들고 토핑을 고르는 모습.
▲직접 골라서 자리에 앉은 모습, 사이드 메뉴로 새우튀김과 크로켓을 추가하였다.
▲직접 골라서 자리에 앉은 모습, 사이드 메뉴로 새우튀김과 크로켓을 추가하였다.
총본산(總本山) 선통사(善通寺, 젠쓰지)


예정에 없던 우동집 투어를 마치고 한 블록을 더 걸어가니 드디어 총본산 선통사에 도착. 우리가 도착한 문은 남문(南門)이었는데 입구 바로 안쪽에 커다란 5층 목탑이 서 있었다. 일본에서는 5중탑(五重塔)이라고 한다. 아마 이곳은 코도(弘法) 다이쉬(大師)가 세우고 입적한 절이라서 시코쿠 순례 88개 절의 총 본산이라고 하는 듯하였다. 시코쿠 섬의 88개 순례 사찰 중 75번 사찰이기도 하다.

▲선통사 동원(東院)의 남문, 南大門이라 부르는데 '오악산(五岳山)' 현판을 달았다. 그 뒤로 커다란 5층 목탑이 보인다.
▲선통사 동원(東院)의 남문, 南大門이라 부르는데 '오악산(五岳山)' 현판을 달았다. 그 뒤로 커다란 5층 목탑이 보인다.
▲남문 뒷모습, 무료로 안에 들어와 본 모습인데 전형적인 일본식이다.
▲남문 뒷모습, 무료로 안에 들어와 본 모습인데 전형적인 일본식이다.
▲5층 목탑, 五重塔이라고 부르는데 최초 코보(弘法) 대사가 건립하였으나 1558년 전쟁 때 파괴되었고, 1804년 다시 세운 것은 이후 화재로 소실되었으며 지금의 탑은 1902년에 세운 것이라고 한다.
▲5층 목탑, 五重塔이라고 부르는데 최초 코보(弘法) 대사가 건립하였으나 1558년 전쟁 때 파괴되었고, 1804년 다시 세운 것은 이후 화재로 소실되었으며 지금의 탑은 1902년에 세운 것이라고 한다.
▲원래 내부로는 들어가 볼 수 없으나 마침 우리가 방문한 때가 특별개방 주간인지라 300엔을 내고 들어가 볼 수 있었다. 2층 난간으로 나가보았다. 좁고 낮아서 서서 다닐 수는 없다. 천장 끝에 매달린 풍경이 우리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원래 내부로는 들어가 볼 수 없으나 마침 우리가 방문한 때가 특별개방 주간인지라 300엔을 내고 들어가 볼 수 있었다. 2층 난간으로 나가보았다. 좁고 낮아서 서서 다닐 수는 없다. 천장 끝에 매달린 풍경이 우리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석탑으로 말하면 가운데 심초석을 놓고 돌을 올리는데 목탑은 거대한 심주(心柱)를 세워 구조물을 지탱케 한다. 심주 모습.
▲석탑으로 말하면 가운데 심초석을 놓고 돌을 올리는데 목탑은 거대한 심주(心柱)를 세워 구조물을 지탱케 한다. 심주 모습.
선통사는 생각보다 매우 큰 규모였는데 동원(東院)과 서원(西院)으로 나누어 서원에는 코보대사 위주로, 동원에는 일반적인 불교 시설들을 배치한 듯 보였는데 전체적으로 일본식 건물의 느낌들이 한편으로는 낯설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백제 느낌이 들었다.

▲본당(本堂), 금당(金堂)이라고도 하는데 거대한 청동 약사여래불을 모셨다. 내부촬영이 금지되어 불상 사진을 못 찍었다.
▲본당(本堂), 금당(金堂)이라고도 하는데 거대한 청동 약사여래불을 모셨다. 내부촬영이 금지되어 불상 사진을 못 찍었다.
▲본당 옆에 있는 건물은 常行棠이라 씌어 있었는데 정확한 용도를 모르겠다. 석가모니를 모신 법당인듯하다.
▲본당 옆에 있는 건물은 常行棠이라 씌어 있었는데 정확한 용도를 모르겠다. 석가모니를 모신 법당인듯하다.
▲종루, 2층 누각에 일본식 종(鐘)을 달랑 매달았는데 어찌 치는지는 모르겠다.
▲종루, 2층 누각에 일본식 종(鐘)을 달랑 매달았는데 어찌 치는지는 모르겠다.
▲종루, 2층 누각에 일본식 종(鐘)을 달랑 매달았는데 어찌 치는지는 모르겠다.
▲종루, 2층 누각에 일본식 종(鐘)을 달랑 매달았는데 어찌 치는지는 모르겠다.
▲코보(洪法)대사 동상으로 보인다. 서원(西院)은 대사를 기리는 지역인듯하다.
▲코보(洪法)대사 동상으로 보인다. 서원(西院)은 대사를 기리는 지역인듯하다.
▲서원(西院)의 본전 자리에는 御影堂이 있었는데 大師堂이라고도 씌어 있는 것으로 보아 코보(洪法)대사를 모신 듯하다.
▲서원(西院)의 본전 자리에는 御影堂이 있었는데 大師堂이라고도 씌어 있는 것으로 보아 코보(洪法)대사를 모신 듯하다.
시코쿠 순례 체험

이렇게 선통사를 둘러보고 순례길을 조금이라도 체험해보기 위하여 다음 사찰인 76번 金倉寺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지도를 보면 가겠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약사 보살을 모신 본전 앞 매점의 일본 아주머니에게 물었더니 대화도 잘 안 통하는데 작은 쪽지에 그림을 그려가며 어찌나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던지 고맙고 감사하여 메모지를 보관하고 있다.
▲아주머니가 자필로 그려가며 설명해준 75번 선통사부터 76번 금창사까지 가는 길.
▲아주머니가 자필로 그려가며 설명해준 75번 선통사부터 76번 금창사까지 가는 길.
▲선통사를 벗어나려는데 문밖에 하마(下馬)비가 보인다. 낯익은 모습이다.
▲선통사를 벗어나려는데 문밖에 하마(下馬)비가 보인다. 낯익은 모습이다.
▲나가는 문 안쪽에는 커다란 짚신(?) 두 짝이 세워져 있다. 마치 인왕상을 세워놓은 듯한 모습인데 이유는 모르겠다.
▲나가는 문 안쪽에는 커다란 짚신(?) 두 짝이 세워져 있다. 마치 인왕상을 세워놓은 듯한 모습인데 이유는 모르겠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순례자 모습을 깎아 세운 돌조각을 만날 수 있다. 마치 제주도 올레길 표식처럼 느껴진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순례자 모습을 깎아 세운 돌조각을 만날 수 있다. 마치 제주도 올레길 표식처럼 느껴진다.
▲실제 순례자들도 위 조각과 흡사했는데 상하 백의(白衣, 하쿠이)로 입는 것은 걷다 죽어도 좋다는 의미로 상복과도 같다고 한다.
▲실제 순례자들도 위 조각과 흡사했는데 상하 백의(白衣, 하쿠이)로 입는 것은 걷다 죽어도 좋다는 의미로 상복과도 같다고 한다.
▲대부분이 걸어서 순례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또는 승용차로 다니는 사람도 보았다.
▲대부분이 걸어서 순례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또는 승용차로 다니는 사람도 보았다.
▲길에서 만난 일본 여성 순례자는 시작한 지 2주일이 지났다고 했는데 기념사진에 기꺼이 응해주었다. 사진만 찍고 헤어지고 나니 순례자들에게 작은 현금이나 먹거리, 물품 등을 기부하는 '오셋타이(お接待)'를 깜빡했다. 천 엔이라도 드릴 것을.
▲길에서 만난 일본 여성 순례자는 시작한 지 2주일이 지났다고 했는데 기념사진에 기꺼이 응해주었다. 사진만 찍고 헤어지고 나니 순례자들에게 작은 현금이나 먹거리, 물품 등을 기부하는 '오셋타이(お接待)'를 깜빡했다. 천 엔이라도 드릴 것을.
이렇게 짧은 구간이나마 순례자가 되어 걷다 보니 어느새 76번 사찰 금창사에 도착하였다. 선통사에 비하여는 아주 작은 절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순례자들 모습이 오히려 눈에 잘 띄었다. 휴식 겸 경내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금창사(金倉寺) 입구, 좌우에 금강역사를 세운 인왕문인데 중앙에 하마비가 보인다.
▲금창사(金倉寺) 입구, 좌우에 금강역사를 세운 인왕문인데 중앙에 하마비가 보인다.
▲내부 법당, 지붕이 높고 가파른 경사를 보이는데 그 앞으로는 신사에서 볼 수 있는 '토리이'가 보여 눈길을 끈다.
▲내부 법당, 지붕이 높고 가파른 경사를 보이는데 그 앞으로는 신사에서 볼 수 있는 '토리이'가 보여 눈길을 끈다.
▲역시 깡똥하게 높이 매달린 일본식 종각, 줄을 매달아 아래에서 흔들어 치는 방식인 듯.
▲역시 깡똥하게 높이 매달린 일본식 종각, 줄을 매달아 아래에서 흔들어 치는 방식인 듯.
이렇게 시코쿠 여행에서 온전하게 하루를 자유여행으로 나서서 순례길도 경험하고 우동 맛도 보았다. 숙소로 돌아갈 코스를 생각하다 보니 전철역 위주로 선정하여 도심지를 통과함으로써 아름다운 경관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동양의 산티아고라 부른다는 시코쿠 순례길 중 한 코스를 걸어 본 셈이며, 가가와의 자랑이라는 사누키 우동도 먹어 보았다.

1편이 '예술의 섬'을 찾아 느릿느릿 걸어 다니며 힐링을 만끽하였다면 2편에서는 순례자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성찰하며 인간은 왜 사는지? 나는 누구인지? 세상은 어떤 곳인지? 행복은 무엇인지? 등등을 생각하고 걷는다는 순례길을 단편적이나마 걸어보았다. 실제 순례자도 몇 사람 만났지만, 언어장벽으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없어 안타까웠다.
▲우리나라 전철과 판박이처럼 닮은 일본 JR 전철, 종일 걷다가 탄 전철의 낯익은 모습에 안도감이 든다.
▲우리나라 전철과 판박이처럼 닮은 일본 JR 전철, 종일 걷다가 탄 전철의 낯익은 모습에 안도감이 든다.
버킷리스트 상단에 산티아고를 적어놓은 나로서는 시코쿠 순례길이 전혀 낯설지 않고 무심치 않은 길이었다.힐링한다며 여행을 떠나는 많은 사람은 과연 어디로 가서 무엇을 보고 경험하고 느끼고 있을까? 이곳 시코쿠 순례길, 스페인 산티아고는 아니지만 비교적 가깝고 시간과 비용도 절약 가능하며, 외모나 식성도 비슷한 곳인지라 일부 구간을 경험 삼아 걸어봄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며 돌아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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