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닥' 앞 도사린 3대 난관… 위기 넘을 수 있을까

올 들어 '불닥(불붙은 코스닥)'이라고 불리면서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온 코스닥이 연말을 앞두고 냉각 조짐을 보이고 있다. 코스닥은 연초 542.97에서 시작해 7월 한때 45% 넘는 상승률로 788.13까지 치솟았다. 그러다 점차 하락해 11월 들어 다시 650∼670선까지 떨어졌다.

통상 11∼12월이면 투자 심리가 위축되지만, 올 연말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와 경기 위축 가능성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 내년부터 대주주에 대한 주식 양도세 규정이 강화된다. 또 신규 상장 기업들의 보호예수 기간이 해제돼 이 기업들 주식이 시장에 대거 풀리면서 '물량 폭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큰 인기를 끌었던 중소형주가 너무 고평가돼 있다는 의구심까지 제기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코스닥에 '3대 리스크(위험)'가 찾아왔다.

◇강화되는 주식 양도세… 빠져나가는 '큰손'

지난 12일은 코스닥에 '역사적인 날'이었다. 거래대금 3조6486억원으로, 2005년 6월 이후 10년여만에 처음으로 코스피 거래대금(3조4023억원)을 추월한 것이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미래에셋증권 유승선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보단 상황이 낫다지만 제약·바이오 주(株)를 빼고 나면 눈에 띄는 업종이 없다"면서 "신규 투자가 부진한 것은 물론 기존 고액 투자자 중 하반기 들어 코스닥에서 발을 뺀 이도 많다"고 했다.

내년부터 주식 양도세가 강화되면서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됐다. 세법 개정으로 올 연말 기준 코스닥 종목 지분율 2% 또는 주식 가치 20억원 이상 보유한 이는 대주주로서 내년 4월부터 주식 매도 차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종전보다 대주주 기준이 강화돼, 보유 주식 가치가 20억원을 넘어선 '큰손'들이 최근 서둘러 주식 처분에 나서기 시작했다.

◇'물량 폭탄' 우려에, '중소형주 회의론'도

작년 11월 이후 현재까지 코스닥에 신규 상장된 기업만 50곳이 넘는다. 신규 상장 기업의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 지분에 대해선 보통 6개월~1년의 의무 보호예수 기간이 주어진다. 이 기간엔 주식을 처분할 수 없다는 뜻인데, 상당수는 보호예수 해제 직후 투자금 회수를 위해 주식을 매도하기도 한다. 문제는 비슷한 시기에 신규 상장된 기업들의 보호예수 물량이 한꺼번에 풀리면 이른바 '물량 폭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코스닥 신규 상장은 작년 12월(15개)과 올해 6월(9개) 집중적으로 이뤄져 물량이 동시에 쏟아지면 가뜩이나 침체된 증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에도 최근 1년 내 상장된 코스닥 기업 8개사 주식 약 2800만주의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이달 5일 일부 물량의 보호예수가 풀린 선데이토즈, 액션스퀘어 주가는 6거래일 만에 각각 12%씩 떨어졌다.

올해 큰 인기를 끌었던 중소형주 펀드에 너무 많은 돈이 몰린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형주 펀드 설정액은 연초 1조8397억원에서 11일 현재 3조4910억원까지 늘어났다. 이 기간 주식형 펀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8%에서 7.9%로 2배 이상 높아졌다. 일부 전문가는 "갑자기 이 정도 자금이 유입될 만큼 우리 증시에 중소형 우량 종목이 많아졌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세 가지 악재로 주가가 떨어질 때를 투자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성장성을 따져볼 때 중소형 종목이 대형주에 비해 훨씬 유망한 건 사실"이라며 "단기적인 수급 리스크는 좋은 종목을 저가에 매수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