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원자재, 앞이 안보인다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올해 안에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기침체가 길어져 원자재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국제 상품시장의 원유와 금, 은, 구리 등에 투자하는 국내 금융상품의 수익률도 악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발생한 연쇄 테러로 유럽 경기가 위축되고, 투자가 안전자산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 금을 제외한 원자재 가격이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한 달간 국제유가 13% 하락

지난 13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2.4% 내린 배럴당 40.7달러로 마감했다. 지난 10월 14일부터 최근 한 달간 하락률은 12.7%에 이른다.

다른 원자재 가격도 대부분 약세다. 은 선물가격은 같은 기간 11.8% 내렸고, 니켈과 구리도 각각 9.7%, 8.6% 떨어졌다. 금 선물가격의 경우 안전자산에 대한 매력보다 달러화 강세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면서 최근 한 달간 8.4% 하락했다.

국제 원자재시장 조사업체 CRB (Commodity Research Bureau)사가 전체 원자재 가격 흐름을 조사해 발표하는 CRB지수는 지난 13일 184.77을 기록, 지난 2002년 12월 이후 약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것은 국제 상품시장의 거래 통화인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가 개선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4일 93.95였던 달러 인덱스(세계 6개국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는 13일 99.09까지 상승했다.

중국의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원자재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점도 원자재 가격하락의 원인이다. 지난 11일 골드만삭스는 세계 구리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둔화로 현재 t당 4800달러 수준인 구리 가격이 내년에는 t당 4500달러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 투자 펀드 수익률도 악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해 국내 관련 금융상품들의 투자 수익률도 악화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10월 14일~11월 13일)은 -1.6%, 해외 주식형 펀드는 3.5%를 기록했다. 반면 원자재를 투자대상으로 하는 기초소재 부문의 1개월 평균 수익률은 -12.7%, 에너지 부문은 -3.4%로 다른 유형의 펀드에 비해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원유를 포함한 에너지 자원에 투자하는 '신한BNPP에너지인덱스플러스'는 한 달간 -1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에 투자하는 '삼성WTI원유특별자산'도 수익률이 -12.2%였다. 금 펀드인 '한국투자KINDEX골드선물레버리지특별자산'도 1개월 수익률이 -9%를 기록했다.

◇프랑스 테러, 원자재 가격에 '찬물'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당분간 반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13일 벌어진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로 유럽 지역 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침체와 원자재 공급 과잉 현상도 지속되고 있어 원자재 가격이 반등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