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社 '불황형 흑자' 지속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들이 매출은 줄면서 이익은 늘어나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 덕분에 영업 비용이 줄어들면서 영업이익률은 올라갔지만, 매출은 감소해 외형이 줄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은 매출액과 이익이 모두 늘었다. 적자 기업 비율도 3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보다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대기업 '불황형 흑자' 현상

17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코스피시장 12월 결산 상장법인 617개사의 3분기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 실적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58조44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조7893억원(-1.8%) 감소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15조4281억원으로 23.5% 증가했고, 순이익은 15조5481억원으로 103.2% 늘었다. 코스피 상장사의 영업이익률은 5.97%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1만원어치를 팔아 597원을 벌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3분기에는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률이 4.74%였는데, 1년 만에 1.23%포인트 증가했다. 매출액은 줄고 영업이익은 늘면서 영업이익률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들이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줄였고, 원자재 가격도 하락해 영업이익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자회사와 해외법인 실적까지 포함한 연결기준으로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불황형 흑자 기조를 확인할 수 있다. 연결기준 코스피시장 상장사 3분기 매출액은 408조1554억원으로 0.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2% 증가한 26조1543억원을 기록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한 상황에서 원자재나 환율 덕분에 영업이익이 늘었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 외부 충격에 기업들이 취약한 상태"라고 말했다.

◇저유가로 전기가스·화학 선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에서는 전기가스와 화학 업종의 상장사 실적이 좋았다. 개별 실적 기준으로 전기가스 업종의 3분기 순이익은 작년보다 749% 증가했고, 화학업종 순이익도 146.3% 증가했다. 전기가스업에 속한 한국전력공사의 3분기 순이익은 8조628억원으로 코스피시장 상장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순이익 증가율은 577.4%나 됐다. 화학업종의 SKC는 순이익이 1080.8% 증가했고, LG화학과 롯데케미칼도 순이익이 각각 98.3%, 138.2% 증가했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원자재 중에서도 특히 유가가 약세를 보인 덕분에 화학업종의 수익성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반면 기계업종과 서비스업종, 운수창고업종은 적자 전환했다. 기계업종은 작년 3분기에 1159억원 순이익을 냈지만 올해 3분기에는 144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기계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해운사, 항공사 등이 속한 운수창고업도 올해 3분기 4173억원 적자를 냈다.

◇코스닥기업 매출·이익 모두 향상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매출액과 이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900개사의 3분기 개별 기준 매출액은 26조41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5999억원, 1조3655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보다 영업이익은 22.1%, 순이익은 7.4% 증가한 것이다. 연결기준으로도 순이익이 8.9% 증가했다.

반도체와 인터넷업종의 코스닥시장 상장사 실적이 돋보였다. 반도체업종에 속한 90개사는 작년보다 83.4% 증가한 2422억원 순이익을 냈다. 인터넷 업종에 속한 9개사도 작년보다 108.6% 증가한 114억원 순이익을 기록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중 적자를 낸 기업 비율도 낮아졌다. 연결 재무제표를 낸 635개사 가운데 3분기 적자를 낸 기업 비율은 29.4%로 올해 상반기(31.7%)보다 2.3%포인트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