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란 바다 건너려면 발버둥쳐라

1968년 ROTC 전역 후 취업을 준비하던 스물네 살 청년이 단칸방에서 라디오 광고를 듣는다. 미 국무부가 파견하는 평화봉사단에 한국어를 가르칠 선생님을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100달러를 쥐고 무작정 하와이행 비행기를 탔다. 그곳에서 4개월간 일한 뒤 공부를 더하겠다며 본토로 갔다. 학비를 대려고 호텔에서 허드렛일을 했고, 거리에서 가발과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결국 박사가 돼 대학교수가 됐고, 시 교육위원과 시의원을 거쳐 시장이 됐다.

"인생은 바다를 건너는 일이니 'sink or swim(빠져 죽거나 건너거나)'이란 생각으로 항해했습니다. 기회는 발버둥치는 사람에게 주어지죠." 그는 "바다를 건너려고 팔다리 열심히 젓는 일은 도전자의 의무"라며 "그러다 가라앉아도 할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도 실력은 올라간다"고 했다.

최근 서울서 열린 '세계한인정치인포럼' 참석차 방한한 최석호(71·미국명 스티븐 최·사진)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어바인시 시장의 말이다.

어바인은 주거 환경과 교육 여건이 좋기로 유명하다. 그는 미국의 한인 최초 직선 시장인 강석희씨에 이어 2012년 시장이 됐다. 어떻게 거푸 한인이 시장이 됐을까. 인구 25만명인 어바인에는 65개국 출신이 살며, 아시아계가 40%로 백인과 비슷하다. 최 시장은 "워낙 다민족 도시여서 피부색이나 출신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캘리포니아 한류의 주역 중 하나다. 2010년부터 해마다 시청 광장에서 '한국문화축제'를 연다. 한식을 맛보고 사물놀이·부채춤·케이팝·태권도 공연을 즐기려고 1만명 넘게 온다. 그는 "다민족이 조화롭게 살자고 기획한 것이 시의 대표적 문화 행사가 됐다"며 "수익금은 한국문화회관을 짓는 데 쓸 예정"이라고 했다. 2013년엔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한국에 왔다.

작년 재선에 성공한 그는 이번엔 주(州) 하원에 도전장을 냈다. 내년 6월 예비선거가 시작된다. "주의회 의원은 시의 6배인 50만명을 대표해 일합니다. 이민 1세로서 후배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요. 시대가 다르니 '요새 젊은이도 나처럼 하면 성공한다'고는 말 못 해요. 중요한 건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그는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시절 한옥경(61·미국명 제이니 최)씨를 만나 결혼했다. 한씨는 어바인에서 학원을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