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려는지 하늘이 흐렸다. 빛이 없는 날에는 사진이 잘 안 나오지만, 바닷가는 달랐다. 걷다 보니 마음도 바다도 하늘도 해솔길도 회색빛으로 하나가 되었다. 자연이 머금은 색들이 점점 좋다. 흑갈색도 초록빛도 하늘색도 황톳빛도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대부도 해안가 바닷길을 걸으며 다가오는 나의 노년을 그려본다.
작년 겨울엔 나목이 눈에 밟히어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요즘엔 갯벌이 눈에 밟힌다. 그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다 놔두고 갯벌 사진만 찍는다. 보고 또 봐도 아름답다. 사진을 배울 때 지도교수님 말씀이 한 가지 사물을 집중적으로 찍어보라 했는데 그 의미를 조금 알 듯하다. 흐린 날씨의 회색빛 바다는 또 다른 운치를 보여준다.
대부 해솔길은 제주올레길처럼 대부도의 해안선을 따라 자연경관을 바라보면서 걸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친환경적인 길이다. 이번에는 1코스 시작점인 방아머리 선착장에서 출발하여 2코스까지 걸었다. 대부도 전체를 둘러 걷는 해솔길은 섬이 가진 천혜의 자원을 만끽하며 힐링하며 걸을 수 있고 수도권에서 언제든지 가벼운 마음으로 가볼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