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 원류는 實學, 그 정신 천관우까지 이어져"

"조선 후기의 실학(實學)이야말로 한국 언론의 원류입니다. 그 명맥은 구한말 지사적(志士的) 언론인을 거쳐 1960년대의 천관우까지 이어집니다."

조맹기〈사진〉 서강대 언론대학원 교수가 최근 '한국 근대 언론 사상과 실학자들' '천관우의 언론 사상' 두 권의 저서를 냈다. 실학에서 한국 언론의 정신사적 궤적을 찾는 시도다. 조 교수는 "반계 유형원, 다산 정약용 등 실학자들은 당대의 언론인이었다"며 "한국의 지사적 저널리즘의 원형을 우리는 실학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들은 여러 계층 사람들의 태도와 생활상에서 관심거리를 찾고 이를 책으로 남겼다. 다산 정약용은 지역의 전통, 농사일, 토지제도, 군사 제도 등에서 주제를 찾았다. 조 교수는 "서구의 인쇄 혁명이 불러온 것과 같은 경험주의의 확대가 조선에선 실학자들에 의해 이뤄졌다"며 "다산 역시 방대한 저술 활동에 기반을 둔 '책의 저널리즘'을 통해 자신의 경세학을 부각시켰다"고 말했다. 이는 출판 혁명에 기반을 뒀다. 조선시대 출판은 관(官)이 주도했으나, 16세기 민간 출판이 시작되고 18세기에는 청나라의 활판 인쇄가 도입될 정도로 활발했다.

언론인으로서의 실학자들을 주목한 것도 구한말 언론인들이었다. '시일야방성대곡'을 쓴 위암 장지연, 조선일보 주필과 사장을 지낸 민세 안재홍 등이 '조선학'이자 '한국학'으로서 실학 연구에 매진했다. 이들의 계보는 조선일보에서 편집국장과 논설위원 등을 지냈고, '반계 유형원 연구' 등을 쓴 천관우까지 이어진다.

조 교수는 "1950~60년대를 거치며 지금과 같은 한국 신문 논설의 틀이 잡힌 것은 천관우의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며 "우국지사적 언론관을 이어받은 천관우는 1952년 미국 연수를 다녀오면서 경험한 서구의 객관 보도 원칙과 지사적 언론관을 결합시켰다"고 말했다. 1957년 한국신문편집인협회가 만든 '윤리강령'의 초안이 그의 손에서 탄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조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한성순보에서 시작하는 매체 중심 언론사가 아니라 인간 현상으로서 언론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접근법을 취했다"며 "한국 언론의 근대와 현대를 잇는 고리로서 천관우는 매우 중요한 연구 대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