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사업 뛰어든 연예기획사, 주가는 글쎄…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화장품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었으나, 주가는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화장품 사업의 실적이 부진한 데다 사업성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화장품 사업 진출 후 주가 하락

키이스트와 팬엔터테인먼트는 지난 10월 22일 화장품 제조·판매업체 더우주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키이스트가 더우주 지분 33.3%를 취득하고, 팬엔터테인먼트와 중화권 쇼핑몰인 판다코리아닷컴도 각각 더우주 지분 20%씩을 취득하기로 했다. 키이스트는 배우 배용준이 최대 주주로 있는 엔터테인먼트업체다. 팬엔터테인먼트는 드라마 제작사로 화장품 사업 진출을 위해 키이스트와 손을 잡은 것이다.

키이스트 주가는 더우주 인수 발표 다음 날인 10월 23일에 4.3% 올랐지만, 상승세는 이어지지 않았다. 키이스트 주가는 이후 내림세를 보이며 25일까지 0.7% 하락한 상태다. 팬엔터테인먼트도 같은 기간 주가가 16.4% 하락했다.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도 지난 10월 30일 중국 유아용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는데 이후 지금까지 주가가 27.2% 하락했다.

배우 고현정이 최대 주주인 엔터테인먼트업체 아이오케이컴퍼니와 합병한 포인트아이는 지난 8월 10일 미국의 화장품 업체인 잉글우드랩과 손을 잡고 본격적인 화장품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하지만 주가는 그 후 33.8% 하락했다.

이보다 앞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도 부진하다. YG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0월 2일 문샷 브랜드 화장품을 출시했다. 화장품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문샷 제품 출시 이후 YG엔터테인먼트 주가는 10.7% 하락한 상태다.

◇"한류 열풍만 믿으면 낭패" 우려

증권업계에서는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의 화장품 사업 진출에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한류 열풍만 믿고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YG엔터테인먼트는 문샷 브랜드 출시 이후 지금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의 화장품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YG플러스는 지난해 21억3100만원(별도 기준) 영업적자를 냈다.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적자는 23억9000만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적자 수준을 넘어섰다.

엔터테인먼트업체가 화장품 사업에서 고전하는 것은 해외 유통 채널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 등 기존 화장품 전문 회사들이 수년간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것에 비해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은 새로 해외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해외에서 인지도가 높은 한류 스타를 활용하더라도 쉽지 않다. 김창권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YG엔터테인먼트 문샷 화장품의 중국 진출이 지연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의 화장품 수입 인가가 2016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업체 중 규모가 큰 YG엔터테인먼트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중소형 엔터테인먼트업체들이 화장품 사업에서 성공하기는 더욱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통 분야를 담당하는 한 증권사 연구원은 "중국 소비자들이 브랜드와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한국산 화장품이라고 하면 무조건 열광하던 시기는 끝났다"고 말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성장 정체

최근 상당수 엔터테인먼트 업체가 화장품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연예인 육성·관리 등 본업의 성장이 정체됐기 때문이다. YG엔터테인먼트의 매출액 증가율은 2000년대 후반 90%까지 갔지만, 2013년에는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는 등 빠른 속도로 둔화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화장품 사업이 실적 증가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엔터테인먼트 관련주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원종준 라임투자자문 대표는 "중국에서 화장품 사업에 나선 엔터테인먼트업체의 경우 구체적인 실적이 나오기 전까지는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