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3000명… 호스피스 치료의 효시

기독교 발상지인 예루살렘 북쪽 갈바리산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곳이다. 50년 전 강원도 강릉에 이 산의 이름을 딴 '갈바리 의원'이 생겼다.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통증 없이 죽음을 준비하도록 돕는, 국내 첫 호스피스병원이다. 호주에서 온 천주교 수도회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 4명과 호주 자원봉사 의사 1명이 1965년 3월 문을 열었다.

갈바리 의원 의료진이 25일 아산재단이 주는 '올해의 아산상' 대상(大賞)을 받았다. 오진복〈사진〉 원장 수녀는 "갈바리산에서 십자가에 매달리는 예수님을 지켜본 어머니 마리아와 제자들의 마음으로 임종하는 분들을 돌보려 노력한다"며 "죽음을 앞두고 평생을 돌아보고 잘 정리하면, 마음의 고통뿐 아니라 육체적 통증도 줄어든다"고 했다.

"개원 당시에는 한국에 호스피스라는 개념도 없었어요. 전쟁 직후여서 병원이 적었고, 집에서 돌아가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 병원 문을 열자 하루 400명 넘는 환자가 들이닥쳤다. 워낙 살림이 어려운 시절이어서 결핵·영양실조·피부병 환자가 많았다. 집 없이 떠돌던 환자들을 위해서도 여관방을 빌려 먹여가며 간호했다.

본격 호스피스 치료가 시작된 건 1970년대 후반이다. 병원에 말기 환자 전용 병실 두 개를 만들고, 환자 집으로 찾아가 돌보기도 했다. 이후 병상을 늘리고 의사·간호사·성직자·사회복지사가 팀을 이뤄 살피면서 호스피스 치료의 기반을 마련했다. 현재는 의료진과 봉사자 등 20명이 임종실을 포함해 16개 병상을 운영한다. 지금까지 호스피스 병상을 거쳐 간 환자만 3000명이 넘는다.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해 이후 전국적으로 늘어난 호스피스병원의 효시가 갈바리 의원이다.

어려움은 컸다. "운영비가 부족했어요. 지금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만, 그때는 아니잖아요. 정 어려운 환자는 그냥 치료해주기도 했는데 부담이 클 수밖에요." 결국 1990년 호스피스 병동은 운영을 중단했지만, 1995년 후원회가 생기면서 다시 문을 열었다. 국내 호스피스 치료의 '발상지'인 만큼 요즘도 각지에서 병원 관계자들이 배우러 온다. 오 원장수녀는 "호스피스 병동에 입원하라고 권하면 환자도 보호자도 '이젠 끝이구나'라는 생각에 꺼리곤 한다"며 "죽음이 임박한 상황에서는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치료에 매달리기보다는 삶을 평화롭게 정리하는 편이 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