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입맛, 반짝 株價

최근 음식료품 업체들의 주가가 신제품 효과에 따라 크게 엇갈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허니버터칩'이 품귀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며 주가가 크게 올랐던 크라운제과는 최근 제품의 인기가 사그라들면서 주가가 빠르게 조정을 받고 있다. 유사 제품을 내놨던 경쟁 업체들의 주가 역시 함께 하락 중이다.

과일소주의 높은 인기를 앞세워 주가가 상승했던 주류업체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한동안 라면류 소비가 감소하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였던 농심은 올해 출시한 '짜왕'의 판매가 계속 증가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허니버터칩' 거품 꺼지자 크라운제과 주가 하락

크라운제과의 주가는 자회사인 해태제과가 출시한 허니버터칩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판매량을 기록하자 올해 들어 7월까지 계속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18만9500원이었던 크라운제과는 7월 말 80만4000원을 기록, 7개월 만에 3배 넘게 급등했다. 허니버터칩이 인기를 끌자, 유사 제품인 '꼬깔콘 허니버터맛'과 '꿀먹은 감자칩' 등으로 맞불을 놨던 롯데제과도 함께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8월 이후 이들 제과업체의 주가는 점차 꺾이기 시작했다. 단맛을 낸 감자칩이 더 이상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되면서 실적이 기대만큼 개선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11월 30일 크라운제과는 전날보다 2.2% 내린 49만5000원을 기록, 두 달 만에 37.7% 하락했다. 롯데제과도 지난 2개월 사이 주가가 10.9% 떨어졌다.

소주업체 주가도 신제품 효과가 끝나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은 지난 3월 일반 소주에 비해 도수가 약 3~4도 낮은 저도주에 유자맛 과즙을 첨가한 '처음처럼 순하리'를 출시해 주가가 올랐다. 하지만 최근 과일맛 소주의 인기가 줄면서 주가가 두 달간 7.2% 하락했다. 과일맛 소주 '좋은데이' 3종을 내놨던 무학도 6.6% 내렸다. 소주업체들의 판매 실적이 꺾이면서 소주의 원료인 주정(酒精)을 만드는 진로발효도 주가가 18.8% 하락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과일소주는 출시 초반에 비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줄어든 반면, 생산업체는 많아져 최근 기업별 수익성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농심은 '짜왕' 출시 후 주가 70% 상승

반대로 최근 신제품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주가가 뛰는 종목도 있다. 지난 4월 면발이 굵은 라면류 신제품인 짜왕을 내놨던 농심은 출시 이후 짜왕의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주가가 상승하고 있다. 짜왕을 출시한 4월 20일 24만4500원이었던 농심은 11월 30일 41만5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짜왕 출시 후 주가 상승률은 69.9%에 이른다.

농심은 그동안 국내에서 라면류 소비가 계속 감소하면서 주가가 수년간 눈에 띄게 상승하지 않았다. 지난 2011년 주력 제품인 '신라면'을 고급화한 '신라면 블랙'을 출시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그러나 농심은 최근 기존 라면류 제품보다 500원 이상 비싼 1500원에 판매하는 짜왕이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신제품 효과는 출시 후 5~6개월"

전문가들은 신제품의 인기에 힘입어 상승한 일부 음식료품 관련주를 성급하게 추격 매수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제품 효과가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일부 인기품목의 뒤를 잇는 후속 신제품을 내놓지 못하면 주가가 빠르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신제품이 인기를 얻으면 경쟁사들이 잇따라 유사 제품을 선보이는 경향이 있어, 시간이 지나면 출시 초반에 비해 판매량 증가세가 둔화할 수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제품 효과가 지속하는 시기는 보통 출시일로부터 5~6개월 정도"라며 "농심의 경우 주가가 계속 상승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최근 출시한 '맛짬뽕' 등 신제품들이 짜왕과 비슷한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해 전체 판매 실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