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걸이 재료는 色바랜 집 장판

"사람의 몸은 무대이고 장신구가 주인공이죠."

금속공예가 김정후(56)씨는 자신이 만든 브로치, 목걸이가 최대한 돋보이도록 민무늬 검은색 옷을 만들어 입는다. 그녀에게 장신구는 감정과 생각, 나아가 삶을 대변해주는 매개물. 사람 몸에 걸려야 비로소 빛을 내는 장신구를 위해 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맞춘다.

공예작가 김정후씨의 작품전 '원: Circle'이 서울시 북촌로 '예올'에서 18일까지 열린다. 작가가 이번에 선택한 장신구는 목걸이. 원(圓)에 집중했다. 크고 작은 원을 자르는 데 일주일이 걸릴 만큼 고된 작업이었지만 김씨는 "집중과 명상의 시간이었다"고 했다.

목걸이 재료가 장판이다. 김씨는 "집수리 때문에 바닥을 뜯어낸 김에 일부를 재료로 사용했다"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목걸이의 동그란 원 모양에 강아지가 긁어 하얗게 파인 자국부터 오래돼 색이 바랜 부분이 보였다. 그러나 멋스러웠다. 작가는 "옛날 골동품처럼 자연스레 색깔이 진해지고 익어가는 것이 생명력을 지닌 듯해 좋았다"고 했다.

전시에는 거북이 껍데기, 산호, 화석 등으로 만든 목걸이도 선보인다. "화석을 구해 여행가방에 잔뜩 담아왔는데 돌 무게를 못 이기고 가방 손잡이가 떨어져 버린 적도 있다"고 했다. 작업실은 '보물 창고'다. 길에 떨어진 철사, 강아지가 물어온 조약돌도 장신구 재료가 된다. 김정후씨의 작품은 미국 뉴욕의 쿠퍼 휴잇 국립 디자인 박물관을 비롯해 보스턴 미술관,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등 세계 18곳에 소장돼 있다. 그는 "장판지랑 집에 한가득 쌓여 있는 재료들을 다 쓰려면 아마 죽을 때까지 작업해야 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02)735-58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