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식인, 냉철한 판단과 용기 본받아야"

"네 번의 투옥과 세 번의 낙선을 쓸 수 있는 칸이 이력서 양식에는 없었는데, 이제 이력서에 쓸 수 있는 일이 생겼다."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6회 민세상(民世賞) 시상식. 사회통합부문 수상자인 주대환(周大煥·61)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가 경상도 억양의 차분한 중저음으로 이렇게 말했다. 주 대표는 1970년대부터 민청학련 사건과 부마 항쟁 등으로 4차례 옥고를 치르며 한국 사회의 민주화에 앞장섰으며, 민주노동당 정책위 의장 등을 지낸 진보진영의 이론가다.

그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합리적 진보 노선을 제시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주 대표는 수상 소감에서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 줄곧 매만 맞던 아이가 처음으로 칭찬을 받아서 당황스러운 기분"이라고 말했다.

학술연구부문 수상자인 손세일(孫世一·80) 청계연구소장은 한국 독립운동과 건국의 두 기둥을 학술적으로 재조명한 '이승만과 김구'(전 7권·조선뉴스프레스)를 지난 7월 완간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2001년부터 12년에 걸쳐 '월간조선'에 연재한 내용을 수정·보완한 결과물이다. 손 소장은 수상 소감에서 이승만과 김구의 공통점으로 애국심과 반일(反日), 반공과 기독교 사상을 꼽는 등 즉석에서 '미니 현대사 강연'을 펼쳤다.

민세상은 엄혹한 일제 시대와 광복 이후에도 '열린 민족주의'와 좌우 통합을 주창했던 민세 안재홍(安在鴻·1891~1965) 선생의 삶과 사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학술연구와 사회통합 두 부문을 시상한다. 언론인·사학자·정치가로 민족 운동에 헌신했던 민세는 조선일보 주필·부사장·사장을 지냈으며 좌우를 아우른 최대 민족운동 단체인 신간회의 총무간사를 맡았다. 광복 후에도 미 군정 민정장관과 제2대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6·25 전쟁 때 납북됐다. 손세일 소장은 "민세의 뜨거운 애국심과 폭넓은 경륜, 냉철한 판단력과 불의에 굴하지 않는 용기는 오늘날 지식인도 본받아야 할 덕목"이라고 말했다.

민세상 시상식은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 주최, 평택시 후원, 조선일보사 특별후원으로 열린다. 김진현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장은 "민세의 신(新)민족주의와 국제 감각, 희생과 헌신에서 국난 극복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송희영 조선일보 주필은 축사에서 "네 차례의 옥고에도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주대환 대표의 삶에서 아홉 번의 감옥살이에도 조선 독립의 꿈을 굽히지 않았던 민세의 기개를 읽고, '건국의 아버지'인 이승만과 김구를 평생 연구한 손세일 소장의 공로에서 조선 실학 연구에 매진했던 민세의 학문적 열의를 다시 느낀다"고 말했다.

시상식에는 김진현 회장,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 강지원 변호사, 공재광 평택시장, 조기흥 평택대 총장,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 김태익 논설위원 등 민세상 운영위원과 심사위원이 참석했다.

또 서경덕·김향순 민세안재홍선생기념사업회 부회장, 박범진 사회민주주의포럼 공동대표,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김영작·한상일 국민대 명예교수, 강신옥 변호사,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김창기 조선뉴스프레스 대표, 민세 선생의 손자인 안영돈·안영진·안영운, 손녀인 안혜초씨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