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동제 한달… 자동이체 13만5000건 바꿨다

A은행 급여 이체 계좌에 대부분의 자동이체를 걸어 놓은 직장인 유모(32)씨는 얼마 전까지 휴대폰 요금과 암 보험료 자동이체만 대학 때부터 쓰던 B은행에 남겨두었다. 매월 월급을 받으면 신용카드·휴대폰 결제 금액을 B은행 계좌에 이체해야 했던 유씨는 최근 한 동료에게 인터넷으로 자동이체 결제 계좌 변경이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계좌 변경을 할 수 있는 사이트 '페이인포'(www.payinfo.or.kr)에 접속한 후 안내에 따라 결제 계좌를 변경했다. 계좌 변경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은행 계좌와 연동된 자동이체 내역을 인터넷으로 한 번에 변경·해지할 수 있는 계좌이동 서비스 시행 한 달 동안 하루 평균 자동이체 5000건이 변경되고 4000건이 해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서비스를 구축한 금융결제원과 전국은행연합회는 10월 30일 서비스를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총 48만5000명(중복 접속자 포함)이 접속해 자동이체 13만5000건을 바꾸고 14만5000건을 해지했다고 3일 전했다. 계좌이동 서비스 이용자들은 1명당 평균 5건의 자동이체 내역을 다른 통장으로 옮겼고, 4건을 해지했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하루 평균 이용 내역이 시행 초기보다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계좌이동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변경 가능한 결제 기관을 늘리고 스마트폰을 활용한 계좌 변경을 가능하게 하는 등 서비스를 확대하면 이용자가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계좌이동 서비스의 시행 첫날 접속자는 20만9000명으로 한 달 전체 접속자의 43%에 달했고, 변경과 해지는 각각 2만3000건·5만7000건으로 한 달 총 건수의 17%, 39%를 차지했다.

계좌이동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선 '페이인포' 서비스에 접속해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해야 한다. 별도의 회원 가입은 필요 없다. 로그인한 다음 화면에 보이는 자동이체 내역 중 바꾸고 싶은 것을 클릭한 후 옮기려는 새 계좌 번호를 써넣기만 하면 5일 후 변경이 완료된다. 2009년 비슷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계좌 변경에 7일이 걸리고 오프라인 은행 지점에서만 이용이 가능한 영국보다 안정성·신속성 측면에서 앞선 서비스를 구축했다고 금융결제원은 자평했다.

많은 이들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계좌이동 서비스에도 보완해야 할 점은 여전히 있다. 현재 변경 가능한 자동이체가 이동통신·보험·카드(전체 자동이체 중 67%) 3개 업종에만 한정돼 있는 데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에선 사용이 불가능하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변경이 가능한 기관을 전체의 90%까지 확대하고 내년 상반기 중에는 모든 업종에 대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부모님 용돈, 동호회 회비 등 개인과 개인 사이의 자동이체 변경과 스마트폰, 태블릿PC, 은행 창구 등을 통한 서비스는 내년 2월쯤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