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통화가 지켜낸 골든타임… 응급환자 심장 다시 뛰게 하다

지난달 중순 밤 9시 반경, 경기도 수원시의 한 테니스장에서 레슨을 받던 김모(49)씨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심장마비 발생이 의심되는 상황이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일단 119에 신고를 하고 구급대 출동을 요청했다. 이후 테니스장에 있던 한 사람이 수원시 119와 전화 통화를 이어갔다. 그는 스마트폰 스피커폰 기능을 활용하여 119로부터 전화 지도를 받아가며 인공호흡 없이 환자의 가슴뼈 중앙을 빠르게 눌렀다 뗐다 반복하는 간이 심폐소생술을 했다. 6분 후,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여 전문적인 처치가 이어졌다. 환자는 나중에 신경학적 손상·후유증 없이 퇴원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이 사람을 살린 격이다.

◇119 전화 지도 심폐소생술

최근 119가 전화로 신고자에게 간이 심폐소생술을 알려주면서, 일반인에 의한 소생술이 급속히 늘고, 덩달아 생존율도 올라가고 있다. 한 해 3만건 안팎으로 일어나는 병원 밖 심장마비 발생에서, 2011년 일반인 심폐소생술 시행률은 불과 5.3%였다. 2012년부터 전국적으로 119 신고 시 심장마비가 의심되는 경우 전화 지도로 간이 심폐소생술을 알려줬다. 그러자 일반인 소생술 참여율이 그해 25.7%로 뛰더니, 2014년에는 45.3%로 올랐다. 3년 새 9배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병원 밖 심장마비 환자 생존 퇴원율은 3~4%대 머물던 것이 2012년부터 5%를 넘어 지난해에는 6% 선에 육박하고 있다. 서울대 의생명연구원 응급의료연구실 노영선 교수는 "특히 신경학적 손상 없이 퇴원하는 비율은 1.7%에서 3.6%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며 "그만큼 심정지 발생 후 골든 타임인 첫 4~5분 내 산소 공급이 이뤄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심장마비 생존율, 지역별 차이는 7배

2014년에 병원 밖에서 일어난 심장마비의 생존율을 17개 시도별로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서울이 10.1%로 가장 많이 살았고, 전남은 1.2%로 가장 낮았다. 7배 차이다. 전국 평균은 6.0%다. 주로 대전·인천·부산 등 대도시의 생존율이 높았고, 경북·충남·충북 등 지방 지역이 낮았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2012~2014년 3년치 누적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이 같은 추세에는 큰 변화가 없다.

지역별 생존율 격차는 서울시 안에서도 일어났다. 송파ㆍ중구ㆍ강남ㆍ종로 등이 15~19%로 높았다. 반면 강북·강서·도봉·양천 등은 5~8%로 낮았다. 서울 내에서 생존율 차이는 3배 정도 났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로 ▲119 도착 시각 ▲최초 목격자 심폐소생술 비율 ▲중증 심장마비 환자 처치 가능한 대학병원 접근성 등이 꼽힌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신상도 교수는 "한정된 응급 의료 재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119 도착 시각이 늦은 곳은 구급차 지원과 인력을 늘리고, 대학병원으로의 이송 시간이 긴 지역은 현장에서 충분히 응급 처치를 한 후에 이송하는 방식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