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안貨 편입… IMF의 SDR은 어떤 역할 하나요

IMF(국제통화기금)가 내년 10월부터 중국 위안화를 'SDR(Special Drawing Rights·특별인출권) 통화바스켓'에 포함하기로 지난 11월 30일 결정했습니다. 미 달러, 유로,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의 비중을 조금씩 낮추고, 위안화(비중은 10.92%)를 추가한 것입니다.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이를 계기로 중국 경제와 위안화의 위상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매우 큽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에겐 SDR이란 용어조차 생소합니다. 도대체 SDR이란 무엇일까요?

◇SDR은 IMF가 찍어내는 가상의 돈

각국 중앙은행의 대표 상품은 돈입니다. 그래서 어느 나라에서나 "중앙은행=돈"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화 발행을 위해 설립되었으므로 그 등식이 딱 들어맞는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나 영국의 중앙은행의 경우 이 기관들보다 훨씬 앞서 달러와 파운드화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정확히 말해서 "중앙은행=돈"은 맞는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세계의 중앙은행이라고 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조금 특이합니다. 이 기구가 발행하는 돈인 특별인출권(SDR)은 IMF가 설립된 지 25년이나 뒤에나 탄생했습니다. IMF는 자신만의 대표 상품이 없는 중앙은행으로 출발했던 것입니다.

IMF가 '씨 없는 수박'으로 설립된 것은 미국의 영향이 큽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각국이 모여 전후의 국제통화 질서를 논의할 때 영국 대표인 저명한 경제학자 케인스가 '방코르(Bancor)'라는 가상의 화폐를 발행하는 글로벌 중앙은행 설립을 제안했습니다만, 미국이 반대했습니다. 화폐 발행은 군사 문제와 마찬가지로 국가 주권과 직결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결국 국제연합(UN)이 필요할 때만 회원국의 병력을 모아 유엔군을 만들 듯이, 글로벌 중앙은행도 독자적 화폐를 발행하지 않고 필요할 때 회원국의 자금을 갹출하여 집행하는 방식으로 설립되었습니다. 발권 기능을 뺀 채 약간의 쿼터(출자금)와 차입금으로 최종 대부자 기능만 수행하는 '반쪽짜리' 중앙은행으로 설립된 것이 지금의 IMF입니다.

1945년 IMF가 출범할 당시에는 달러와 금만으로 국제 거래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빠르게 증가하는 전 세계의 생산량과 무역량을 좇아가기에는 달러나 금의 공급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 졌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케네디 대통령 취임 직후 동·서 베를린에 장벽을 세우게 된 베를린 위기(1961년)와 쿠바 미사일 위기(1962년) 등으로 달러의 신인도까지 흔들렸습니다. 달러도 금도 아닌 제3의 국제 결제 수단이 필요하다는 각성이 일어났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1963년 IMF 연차총회에서는 새로운 국제유동성 창출이 정식 의제로 상정됐습니다. 이후 오랜 논의를 거쳐 1969년 'SDR'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국제 유동성을 IMF가 창출하는 데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케인스의 제안이 뒤늦게 채택된 것입니다.

◇SDR은 반쪽짜리 화폐

SDR은 IMF 회원국들이 합의만 하면 얼마든지 만들어집니다. 포커 게임에 비유한다면, 딜러가 도박꾼들에게 공짜로 포커 칩을 나눠주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현대판 '도깨비방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IMF는 마구잡이로 찍어 낸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SDR의 발행에 신중을 기했습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네 차례만 증액이 이뤄졌습니다. 그때마다 IMF 지분(쿼터)에 비례해 회원국들끼리 나눠 가졌습니다. 그래서 SDR에는 '발행(issue)'이나 '공급(supply)'이라는 말 대신 '배분(allocation)'한다는 말을 씁니다.

SDR은 지폐나 동전과 같이 물리적 형태를 취하지 않습니다. SDR의 가치는 188개 IMF 회원국 중 일부 주요 회원국의 화폐를 골라 가중 평균해서 구합니다. 이런 점에서 물가지수나 주가지수와 비슷합니다. 눈에 보이는 화폐가 아니기 때문에 국제 자금 결제에서는 SDR이 아닌 주요국의 화폐로 바꿔 사용합니다. 따라서 SDR은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동이나 국제금융 흐름과 거의 무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SDR이 쓰이는 것은 IMF 당국과 회원국 정부 및 중앙은행이 채권과 채무를 계산할 때입니다. 한국은행이 IMF에 출자하거나 대출을 받을 때는 원화, 달러, 금 등 다양한 결제 수단이 쓰이지만, 원금과 이자를 계산할 때는 SDR로 계산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SDR은 화폐의 여러 기능 중에서 '채권·채무의 크기를 숫자로 표현하는 기능'만 갖습니다. 일반 화폐를 '자(尺)'에 비유한다면, SDR은 그 위에 그려진 눈금일 뿐이라고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물리적 실체가 없는 SDR은 '반쪽짜리 화폐'입니다. 그래서 '특별인출권'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SDR이 처음 세상에 나올 때는 달러나 금을 보완하려는 원대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1970년 이래 지금까지 창출 또는 배분된 규모는 총 2040억 SDR에 불과합니다. 이는 약 2800억달러에 해당하며,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외환보유액(3685억달러)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기능 면에서도, 규모 면에서도 내세울 것이 별로 없는 '어정쩡한 화폐'(또는 계산 단위) SDR은 IMF의 대표 상품인 동시에 IMF의 한계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위완화 편입 효과는 크지 않을 수도

그동안 SDR의 가치를 결정하는 회원국 화폐의 구성(통화바스켓)은 여러 차례 바뀌었습니다. SDR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미 달러화만 이용되었으나 1974년 16개국 화폐 가치를 가중 평균하는 방식으로 변경됐습니다. 1978년에는 덴마크와 남아공 화폐가 제외되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화폐가 추가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981년 5개국, 2001년 4개국 화폐로 좁혀졌습니다.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리얄화가 추가되었을 때는 이 화폐들이 기축통화가 되거나 리얄화 자산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을 기대하는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중국 위안화가 SDR 통화바스켓에 포함된 사실이 엄청난 변화를 가져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경제에서는 심리가 중요합니다. 이번 IMF의 결정을 계기로 위안화 자산 투자가 확대되고,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되며, 중국의 내부개혁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대한 대로 현실이 변하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고 합니다. 한 남자가 짝사랑한 조각상이 인간으로 변해서 그 남자의 배우자가 된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중국 경제와 위안화에 피그말리온 효과가 있을지 두고 볼 일입니다.


☞시사용어 : SDR(Special Drawing Rights·특별인출권)

국제통화기금(IMF)이 1969년 국제 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의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만든 가상의 통화다. 현재 미국 달러, 유로, 영국 파운드, 일본 엔 등 4개 통화로 구성돼 있으며, 내년 10월 중국 위안화가 추가된다. SDR의 구성 통화가 되면 각국이 외환 보유액으로 보유하게 되고, 무역·금융 거래에도 활용이 늘어난다.